정치인들의 경우 재판 결과 도출이 임박하면 있었던 일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일정도 잡지 않는 것이 관례인 것을 감안할 때 이 지사의 이같은 '광폭행보'는 정치권과 공직사회 등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지사의 항소심 선고일이 지난 9월 6일이었던 점을 감안, 3개월 이내 규정을 적용할 때 상고심 판결의 법정 기한은 오는 12월 5일이다.
이같은 시점에 이 지사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충칭(重慶)시를 방문한다. 이번 충칭 방문은 탕량즈(唐良智) 충칭시장이 이 지사 부부를 공식 초청한데 따른 것이다.
방문 일정은 ‘경제외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지사는 이 기간, 빅데이터와 ICT 등 첨단분야에 대한 관계자 면담, 반도체 후공정(PKG & TEST) 공장인 SK하이닉스 충칭공장에서의 간담회, ‘충칭 빅데이터 스마트화 전시센터’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도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지금은 그야말로 ‘골든타임" 이라며 "특히 용인시 일원에 조성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활한 추진 등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것이 이 지사의 구상" 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또 충칭에 소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등도 찾을 계획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2018 하계 다보스 포럼’ 참석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중국 텐진시를 방문한 바 있으나, 취임 후 경기도대표단 단장 신분으로 해외 지방정부 수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방문 시점은 이 지사의 혐의에 대한 재판은 물론, 경찰 수사도 본격화 되기 전이어서 이번처럼 정치적 해석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지사는 지난해 중국에서 귀국한지 한달여 후인 10월 29일 경찰에 출석, 자신의 혐의와 관련한 첫 조사를 받았다.
이 지사는 이번 해외일정 뿐 아니라 앞서 25일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만찬 참석차 부산을 다녀왔다.
이어 26일은 국방부와 경기도 접경지역 지자체장 간담회에 참석, 전경두 국방부장관을 만나 군사시설규제완화와 방역활동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입장을 전하는 등 도 청사내 근무보다 주로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2월에도 각종 업무협약, 행사 등 바쁜 외부 일정이 잡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해외일정 등 광폭행보에 대해 정치권과 공직사회는 다양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정치생명이 걸린 대법원 판결 결과를 앞두고 해외일정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러나 여러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재판 결과에 대한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지 않겠나. 그래서 해외 방문을 결정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중진은 "자신의 재판결과 도출 직전 외국을 방문하는 것은 배짱이 좋은 이 지사 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차분히 자숙하는 것이 재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당선무효형을 받은 혐의 내용을 보면 이 지사가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지사로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은 것은 정치권의 해석일 뿐" 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정치권의 확대해석을 경계 하면서 부득이한 출장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의 핵심 측근은 "(이번 중국방문을 두고) 갈지 말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부득이 하게 가는 것이 맞다. 3박4일 짧은 기간이고 근거리인데다 약속된 상황이어서 방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올해를 넘기면 중국 방문 의미가 퇴색한다고 판단한 것도 결정의 이유였다. 이 지사는 사실 미주, 유럽 등의 방문도 재판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 도출 시기에 대해서는 "보통 대법에서 재판 결과 나오기 일주일전쯤에는 당사자에게 시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어 내달 5일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모르는 상황"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