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가르고, 굶기고' 길고양이 학대…"동일범 추정"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학대당한 흔적이 있는 길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사체의 상태가 비슷해 동일범 소행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 사체가 배가 갈라진 채 발견됐다. 고양이는 마치 실험이라도 당한 것처럼 배가 갈라져 있었고, 피부도 벗겨진 상태였다. 예리한 도구를 이용한 것으로 보아 사람의 학대로 추정된다. 또 위에 내용물이 없어 사망하기 전 최소 8시간 이상 굶긴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학대 흔적이 있는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카라 측은 "사체가 발견된 위치도, 사체의 형태도 너무 비슷하다"며 "이번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4월에 발견된 고양이 사체에도 예리한 도구로 배를 가른 상처가 있었다. 다리가 부러지고,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는 점도 이번 사건과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수법이 더 잔인해졌다는 점이다. 배를 갈랐을 뿐 아니라 장기를 꺼내 두세 번 허리를 휘감았다.


카라 관계자는 "지난 4월 처음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을 때 고발 조치했지만, CCTV나 블랙박스를 찾지 못해 기소중지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사체가 발견된 곳도 CCTV와 멀어서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아마 고양이를 살해한 후 CCTV가 찍히지 않는 오솔길 뒤쪽에서 사체를 던진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같은 동네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에는 차로 5분 거리인 같은 동 주택가에서 또 다른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이 고양이는 무언가에 흠뻑 젖은 상태였고, 종이조각이 소금처럼 뿌려져 있었다. 배 가른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지 한 달 만이다.

사체로 발견된 고양이는 동네 '캣맘'들이 돌보던 고양이들 중 한 마리다. 카라에 따르면 캣맘들이 만든 급식소에서 지내던 고양이 다섯 마리가 한 달 전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날 급식소에는 고양이들을 유인한 것으로 보이는 치킨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가 한 달 만에 급식소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CCTV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최근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이 상향됐다. 하지만 극악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실제 형량으로는 부과가 안 됐다. 법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법적 억지력이 없었던 셈이다"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범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받았다. 부족한 형량이지만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이례적인 실형 선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 법적 억지력을 더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범이 실형을 받은 건 시민들이 국민청원에 나서는 등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물학대가 인간학대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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