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심할 경우 스스로 목숨까지 끊을 수 있는 뇌질환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보통 '불면증'을 함께 앓고 있다.
이런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 약물이 바로 향정신성의약품 중 하나인 수면제 '졸피뎀'이다. 졸피뎀은 불면증의 단기적인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이 약을 복용하면 대개 30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잠이 들게 돼 빨리 수면이 유도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살충동, 환각, 몽유병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졸피뎀의 부작용은 의료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강남을지병원 한창우 원장은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에서 '졸피뎀 복용으로 인해 자살 유도가 되는 현상에 대한 것을 정신건강의학과학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나요'라는 물음에 "잘 인지하고 있다. (졸피뎀은) 중독성도 어느 정도 있다. 복용한 환자가 몽유병 환자처럼 나타나서 냉장고를 열고 안에 있는 것을 막 먹고 들어갔는데 그 다음날 기억을 못하는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어 "기억이 상실된 상태, 행동 조절이 안되는 상태에서 자살같은 위험한 행동도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면서 "그래서 의사가 처방을 주의해서 하는 약물이고 처방 용량도 정해져 있다. (한 번에)한 달 이상은 절대 처방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졸피뎀이 '불행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울증이 없는 불면증 환자가 졸피뎀을 정량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우울증이 있는 환자가 졸피뎀에 중독돼 오남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SNS를 통해 졸피뎀의 위험성을 밝히며 "지인의 친척이 62세의 나이에 예쁜 딸들을 두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알고 보니 졸피뎀(상품명 스틸녹스)이다. 예외가 없다"면서 "이번에도 유서가 없었다. 졸피뎀에 의한 자살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충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유서가 없다. 본인의지와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누군가 또 졸피뎀의 속삭임에 목을 매고 있을 것이다. 졸피뎀이 금지돼야 하는 약물은 아니다. 그러나 졸피뎀의 위험성은 절대 간과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정신과 선생님들이 졸피뎀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졸피뎀 부작용을 겪었던 선생님들 중 일부는 졸피뎀 문제를 공론화한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