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영이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홍콩의 '정치'가 곧바로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홍콩 구의원의 힘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버스 노선이나 쓰레기 수거 정책과 같은 극히 지역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곳이다.
사실 홍콩에도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회가 있고, 이번에 경찰의 강경진압 등을 결정하는 행정부와 그 수반 행정장관도 있다.
행정장관이 행정수반, 즉 우리의 대통령에 해당하는데, 홍콩의 정치에서는 이 행정장관이 통치자 역할을 한다.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을 집행하고, 예산의 수립과 집행, 행정 명령 발동 등의 권한을 갖는다.
현직 캐리 람 장관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하지만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정식 임명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이번 홍콩 시위 사태로 캐리 람 장관의 조기 경질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의 선거 혁명이 과연 행정장관까지도 갈아 치울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행정장관 선출은 홍콩의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직접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장관은 별도로 구성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다.
전체 유권자의 5%도 안 되는 사람들이 통치자를 뽑는 기형적인 정치 구조인 셈이다.
선거인단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직선으로 뽑힌 구의원들도 선거인단에 포함되는데, 452명 가운데 겨우 117명 만이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하지만 구의원 선거인단은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117명 전부를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기 때문에 민주진영이 일단 행정장관 선거인단 117석을 미리 확보한 것은 분명하다.
이번 구의원 선거로 확인된 민심이 내년 입법회 선거로 이어진다면 홍콩은 지역 정치뿐 아니라 중앙 정치까지도 중국과 거리를 둔 민주진영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진영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 굵직한 정치개혁도 요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