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겨울왕국 2' 제작진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방송인 류시현이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크리스 벅 감독, 제니퍼 리 감독, 피터 델 베초 프로듀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참석했다.
엘사-안나 두 자매의 성장과 자매애, 모험을 그린 '겨울왕국'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21일 개봉한 '겨울왕국 2'는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모험에 집중했다.
크리스 벅 감독은 "첫 번째 영화 개봉 후 1년 뒤 저희가 2편을 시작했는데 스토리 자체에 (제작진의) 열정이 있었다. 캐릭터의 이야기, 성장담, 그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세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에 대한 상상력으로 시작했다. 너무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겨울왕국 2'를 구상할 당시 분위기를 묻자, 크리스 벅 감독은 "(이야기는) 디즈니 회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다 감독, 저희 연출진의 아주 사적인 콘셉트와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먼저 짚은 후 "디즈니는 그전까지는 로맨틱한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은 사실 가족의 사랑, 자매간의 사랑이 아닌가 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또 그게 아주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저희 '겨울왕국'의 중심축이 됐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관객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고, 이것이 우리 영화 감정선의 열쇠였다. 어쨌든 저희 연출진의 개인적인 열정과 결정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라고 전했다.
엘사와 안나 자매, 두 여성 캐릭터가 기존 디즈니 세계관과 다른 비전형성을 지니게 된 배경에 관해 제니퍼 리 감독은 "선악 대결이라는 구도는 많이 나오는 소재고 저희가 실제로 인간으로서 겪는 경험이기도 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저희는 다른 것을 스토리텔링하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제니퍼 리 감독은 "엘사를 향한 전 세계적인 사랑을 통해 저희는 '아, 여성 캐릭터의 힘으로 영화를 진행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굉장히 복잡하고 진실하고 많은 사람에게 공감대 형성해 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확신도"라고 덧붙였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초능력을 지닌 엘사와 비교해 동생 안나는 초능력을 가지지 못해 스토리 짜는 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저는 안나도 엄청난 능력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엘사는 겉으로 드러나는 마법의 능력이 있다면, 안나는 엄청나게 넓은 공감 능력이 있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포용하고 위하는 게 안나만의 초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그 외의 능력이 뭐가 필요 있나, 라고 생각해서 그런 면을 훨씬 살렸다. 그런 안나가 있기에 엘사도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다"라며 "이끄는 리더도 있지만 밑에서 포용하면서 다 이끌어가는 게 안나의 힘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1편보다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에 제니퍼 리 감독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자신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존경한다는 걸 안다. (이야기가 더) 깊이 들어가게 된 건 성숙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편 개봉 후) 관객들도 나이가 더 들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이어, "'겨울왕국' 첫 번째는 두려움과 사랑에 관한 건데 지금은 변화를 받아들인 이야기다. 세상이 무섭게 느껴지고 악당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장애물이 여러 개 있다"라며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겨울왕국 1'과도 연관돼 있다고 봤다"라고 부연했다.
피터 델 베초 프로듀서는 '겨울왕국 2'가 국내에서 개봉한 지 나흘 만에 400만 관객을 넘겼다는 소식에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자꾸 쓰게 된다. 저희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고민한 결과가 세상에 나갔고, 세상이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걸 보면) 정말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이 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벅 감독은 "(저희 작업을) 전 세계와 공유하게 되면 놀랍고 압도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뭔가 몰두해서 창작했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정말 놀라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을) 아주 겸허하게 만든다"라고 거들었다.
이미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겨울왕국 2'. 시즌 3 계획은 없을까. 제니퍼 리 감독은 "이런 작품을 하는 건 마라톤 하는 것과 같다. '겨울왕국 2'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얘기다. 뭔가 더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하나의 완성된 완벽한 여정을 만들고 싶었다"라면서도 "(시즌 2의) 마지막 장면 이상을 생각하진 않았다. 엘사가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겨울왕국 2' 제작진은 24일 입국해 내일(26일)까지 인터뷰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