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컬러는 괜찮아질 겁니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선수 크리스 맥컬러의 기량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렸던 올시즌 초반부터 김승기 감독이 취재진에게 자주 건넸던 말이다.
맥컬러의 경력은 화려하다. 농구 명문 대학 시라큐스 출신인 맥컬러는 2015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9순위로 브루클린 네츠의 지명을 받았다.
3시즌 만에 NBA 무대를 떠나야 했지만 최근 필리핀 프로농구 무대에서 평균 32.4득점을 올리는 등 해외 무대에서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한 경기에서 51득점을 몰아넣은 날도 있다.
맥컬러는 208cm의 장신으로 골밑보다는 외곽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포워드로 시즌 초반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맥컬러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경기당 13분27초씩 출전해 평균 12.6득점, 야투성공률 39.2%를 기록했다.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은 브랜든 브라운과 오세근의 몫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맥컬러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최근 맥컬러를 주전으로 투입하자 득점 생산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최근 부산 KT전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각각 34득점, 25득점을 올린 맥컬러는 23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도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했다.
맥컬러는 KT전에서 세웠던 자신의 한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며 39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 KGC인삼공사의 90대64 승리를 이끌었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KCC를 이길만한 포지션이 없다"며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찰스 로드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라건아는 20득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결과는 맥컬러의 판정승이었다.
맥컬러는 전반에만 27득점을 몰아넣었다. 라건아의 골밑슛을 블락하는 등 수비에서도 크게 활약하며 KGC인삼공사의 초반 기세를 이끌었다.
KGC인삼공사는 전반을 51대28로 마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 한때 점수차는 36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브라운이 지난 전자랜드 원정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상황에서 맥컬러의 활약은 KGC인삼공사에게 큰 힘이 됐다. 브라운의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고 경기 출전도 가능했지만 맥컬러가 공수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안양 벤치는 선수 기용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승기 감독은 "맥컬러가 쉬다가 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주전으로 나가니 경기력이 좋아졌고 수비도 더 잘한다.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득점력은 확실한 선수다. 한 경기 50점은 아무나 넣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골밑에서 투박하게 농구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초반에는 브라운 위주로 끌고 가다가 맥컬러가 적응만 하면 화려한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