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봉합'은 했지만…日 상응조치 믿을 수 있을까

시한폭탄 초침 잠시 멈춘 셈…여차하면 뇌관 재작동
靑 "지소미아 상당기간 연장은 허용 불가" 일본 측 압박
日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전혀 관계없다" 미묘한 입장차
'수출관리정책 대화' 성격을 놓고도 해석차 발생할 수도

(일러스트=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하면서 양국관계의 파국은 일단 면했지만 사태의 정상화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본 측이 수출규제 조치를 완전 철회할 것을 조건으로 했기 때문에 일본이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는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는 외교문서의 효력을 일시 중지한다는 것으로 언제든지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럴(활성화) 경우 지소미아는 그 날짜로 다시 종료하는 것이 한일 양국간 합의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을 잠시 멈추게 한 것일 뿐 여차하면 뇌관이 다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를 언제까지 유예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 측 태도에 달려있다"면서도 "상당 기간 지연되는 것은 허용 불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지소미아의 유지 조건에 대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철회되고 수출심사 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일본에게) 앞으로 주어진 기간은 40일 정도로 추정한다"며 "이유는 일본 정부가 다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포함시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위해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일본 측이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 발표 후 나온 일본 측 반응을 보면 전망이 썩 좋지 않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강경화 장관과의 회담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도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대화는 해 가겠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통신은 또 한일 양국이 무역관리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한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청와대가 "한일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거의 일치하지만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조치를 진행하는 동안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반면, 일본 측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측이 지소미아를 언제든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 이유를 수출규제 여부와 연관시키는 것에는 반대하는 셈이다.

'한일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 규정을 놓고도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본이 복잡한 국내 절차 등을 핑계로 시간을 끌거나 '수출관리정책 대화'에 성실히 임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수출관리정책 대화를 '협의'의 뜻으로만 이해할 뿐, 반드시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복귀'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단을 통해 한일관계를 봉합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지반 위에 서있는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려면 그에 앞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측의 양보를 요구할 것이 뻔한데 이 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란 현재로선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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