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측이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 양국 간 '수출관리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사실상의 조건도 전제됐다.
지난 8월 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에 이후 이번 종료 연기 결정에 이르기까지 90일 동안 한일은 물론 한미관계까지 부침을 거듭한 뒤 나온 결론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 종료 선언만큼이나 예측불허의 극적 반전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는 유지할 것이란 일반적 관측을 깨고 종료를 전격 선언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정부 내에선 지소미아 유지론이 다수를 차지했고 과거사와 경제·안보는 분리 대응한다는 투트랙 기조가 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8.15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제한적이나마 대일 유화적 분위기를 보인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지소미아가 한미일 3각 안보체제 강화를 희망하는 미국의 의중에 따른 것임을 감안할 때 뚜렷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잠정유예 정도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당시 종료 선언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고 여권 핵심 인사들조차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종료 연기 결정 역시 일반의 예상을 뒤엎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밤부터 청와대 내 기류가 급반전하는 기류가 일부 포착됐고 관련 증권가 소식지(찌라시)가 나돌기도 했지만 신빙성은 낮게 평가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반도체 핵심소재 생산공장 준공식을 방문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조한 것도 지소미아 종료를 앞둔 결연한 행보로 해석됐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종료 찬성 여론(51%)이 반대(29%)보다 훨씬 많았던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청와대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막판 급선회에 나섰다.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양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면서도 파국만은 막기 위한 치열한 물밑교섭을 벌였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정에 따른 외교적 득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