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과오인지 아니면 고의적인 조작 수사인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과거 사건에서도 조작 정황 드러나
이날 수사이의심사위 안건에 오른 사안은 당시 여성이 하이힐을 이용해서 남성의 머리를 때려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혔음에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하이힐이 샌들(구두)로 돌연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사건 발생보고서와 인지보고서에도 10cm 이상의 뾰족한 하이힐로 가격했다고 작성돼 있음에도 수사과정에서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이의심사위원들은 "진술이 상반된 상태에서 남성의 머리부위 상처가 원형 모양이고, 피가 많이 나는 것으로 볼 때 하이힐로 맞았을 가능성이 높아고 판단된다"면서 "대질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거나 대질조사를 거부해 조사할 수 없었다면 여성이 범행도구로 제출한 샌들을 남성에게 사진 등의 방법으로 보여준 후 이를 확인해야 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이어 "현장에 가서 남성이 진술한 하이힐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혈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구두 압수 및 남성의 머리 부위 상처를 촬영한 사진 등을 국과수에 감정의뢰하는 방법 등으로 혐의 유무를 밝혀야 하는데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수사 과오를 인정했다.
◇ 이해 할 수 없는 광주 경찰의 수사
이들은 당시 법원으로부터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이힐은 위험한 물건으로 관련법에 의하면 특수상해죄의 적용을 받게 돼 있다.
형법 제257조 상해죄에 의하면 7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지만 형법 제258조 특수상해죄에 해당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같은 신발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냐는 시각도 존재하겠지만 하이힐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적용 법규와 처벌 자체가 달라진다"면서 "특수상해죄는 벌금형이 없어 징역형 처벌을 받을뿐더러 범행도구가 무엇이었는지 밝혀내는 것은 형사 사건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일방이 아닌 쌍방 사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사"라고 밝혔다.
하이힐 사건의 남녀는 현장 CCTV도 확보하지 않은 채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에만 의존해 남성을 229일이나 구치소에 가둬놓은 지난 2018년 10월에 발생한 일명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의 당사자들이다.
앞서 광주 경찰의 지난 8월 수사이의심사위원회에서는 가해자로 몰린 남성의 현장 CCTV 확보 요청을 외면한 점과 욕설 등을 이용해 강압수사를 한 점, 조사과정에서 남성에 불리하게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수사에 과오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 고의적인 조작 수사? 의문 증폭
더구나 이 2건 모두 동일 간부가 최종 결재권자라는 점 때문에 고의적인 조작 수사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사건은 광주 동부서 형사과가, 2018년 10월 사건은 광산서 형사과가 맡았다.
게다가 피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이의 가족과 해당 간부가 친분이 있다는 증언이 여러차례 나왔음에도 광주 경찰은 감찰은 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잘못된 수사는 남성에게 '범죄 꼬리표'를 남겨, 2018년 데이트폭력 사건과 관련해 229일이라는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는 '나비효과'를 초래했다. 이에 반해 피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이는 위험한 물건으로 남성을 폭행한 전력이 있음에도 수사기관은 줄곧 그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하이힐을 샌들로 바꿔 수사한 수사관의 경우 단순 경고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월 수사심사위원회에서 과오가 있다고 인정된 해당 수사관 1명에 대해서도 징계 단계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인 '견책'에 그쳤다. 남성은 벌금형에 이어 8개월간 옥살이를 했고 경찰은 수사 과오를 인정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해당 남성은 수사기관에서 과오를 인정한 것을 토대로 "하이힐 폭행 사건의 일방적 피해자일 뿐"이라며 법원에 재심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