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는 선거제 개편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져 결기를 보였다는 평가와, 뜬금없는 국면전환 카드로 조롱거리만 추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린다.
◇ 측근들이 끝까지 말렸으나
황 대표는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경호·경비 원칙상 청와대 바로 앞에는 농성장을 세울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서 자리는 국회로 옮겼다.
요구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연장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을 포기하라는 것.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이 같은 초강수 카드를 전격적으로 던진 것으로 보인다. 측근 대부분이 끝까지 만류했으나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권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막아낼 수단이 별로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끝내 법안을 막아내는 데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싸웠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는 얘기다.
◇ 양수겸장 노렸지만 동문서답 비판도
아울러 투쟁 전선을 명확히 제시해 동시에 내부 결속을 꾀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노리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영남 중진 의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은 최근 김태흠 의원이 중진 용퇴론을 제기한 뒤 잇단 불출마 선언, 여기에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론까지 주장하면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쇄신 요구에 불이 붙자 당장 황 대표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시각도 적잖다.
그러나 한쪽 눈을 가린 채 동문서답(東問西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쟁 일변도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자는 요구를 받아놓고, 타개책으로 또다시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태흠 의원은 통화에서 "좀 더 지켜보자", 김세연 의원은 "안타깝다"라며 각각 말을 아꼈지만, 당내에서는 염려하는 분위기가 상당수 감지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쇄신을 통해 보수통합을 이루는 게 총선 정공법인데 이런 식의 투쟁이 나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쇄신론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상당히 불손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시대 변화에 필요한 공감능력은 전혀 개발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만의 방식대로 '꼰대 정치' 이어가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단식이라는 아이디어로 나타난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일부 열렬 지지층 외에는 중도층 표심을 절대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황 대표가 이번 결단을 통해 일단 리더십을 확고하게 한 뒤 이를 동력으로 쇄신과 통합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데 그 앞에 가서 쇄신, 불출마 따위 얘기를 할 수가 있겠냐고 한 3선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