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사회자 배철수 씨가 "지금까지 화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화가 많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하나"라고 질문하자 "그냥 화낸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문 대통령은 "공적인 일에 화가 날 때도 많다. 그렇지만 화를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제가 그런 역할을 스스로 원해서 맡은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의 사정을 들으면 땀이 다 난다"고 말했다.
또 극심한 정쟁이나 반대에 부딪히는 일에 대해서도 "제가 다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것을 하나의 소명으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를 훨씬 덜 겪을 것 같다"는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배철수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늘 부럽다"며 "정치인들은 그렇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배철수 씨가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극한직업 아닌가 싶다. 평소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가"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정말 힘듭니다. 노동 강도가 말이 안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하고 있는건 없지만 많이 격려도 해주시고 타고난 건강도 있고해서 아주 잘 유지하고 있다"며 "임기 동안은 건강 생각하지 않고 제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해 국민 패널의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 노래가 마음이 드는지를 묻자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여러 번 하지도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지도 않았고 곧바로 대선 후보가 됐고, 한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여러분의 사랑으로 선택을 받았는데 사랑받은 만큼 갚으라는 뜻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랑의 토대는 이해이고, 이해하려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니 오늘 그런 뜻을 담은 자리라는 의미도 느꼈다"고 감상을 전했다.
행사 초반 문 대통령의 표정은 약간 긴장한 듯 굳어 있었다. 열렬한 환호 속 입장한 문 대통령은 배씨가 "제가 40여년째 방송생활을 하지만 이렇게 큰 환호를 받은 적 없다"고 말하자 "속으로는 날카로운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르죠"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자를 선정해 달라는 요청에 "제가 마음이 약해서 선택하기가 힘든데 아까 민식이 부모님이 참석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첫 질문권을 넘겼다.
사연을 듣던 문 대통령은 눈을 감으며 착잡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스쿨존 전체에서의 아이들의 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통과되게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의 문제는 제가 그 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국민들께 갈등을 주고 한 점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스럽다.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떨어지는 20대 지지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20대 젊은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년 고용과 교육 등에서의 불공정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더 많은 기대 속에서 더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본인은 혜택을 못 볼 것 같다"며 솔직하게 답변했다.
약속된 100분의 시간이 끝나가자 질문 기회를 얻고 싶은 국민 패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사전 각본이 없었기 때문에 패널들은 문 대통령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손을 번쩍 들며 '대통령님'을 연호했고, 사회자는 질문자를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
연관된 질문을 이어가려는 사회자의 의도에 따라 어렵게 기회를 얻은 한 패널은 마이크를 반납하기도 했고, 멀리 제주에서 온 패널의 질문을 받으려 하자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고와서 더 가깝다'는 푸념의 목소리도 들렸다.
결국 예정된 시간을 15분가량 넘겨 행사는 오후 10시쯤 끝났다. 온라인 질문까지 포함해 24건의 질문을 소화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 패널들을 둘러보며 "기회를 얻지 못하셔서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혹시 못다한 질문이 있어서 더 구체적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하고 답변도 꼭 드릴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일자리, 경제, 국민통합과 같은 분야나 촛불 민심이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아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임기 절반 동안 열심히 했지만 평가는 전적으로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아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기 후반에는 보다 확실하게 성과를 체감하고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