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진술거부권' 옹호한 조국…정당성 놓고 '갑론을박'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수사기관이 감수해야"
14일 檢 첫 소환서 줄곧 진술거부권 행사…"일일이 해명 구차"
"기본권 행사에 공인 구분 없다" vs "전직 장관으로서 비겁"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첫 소환 조사 당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다룬 조 전 장관 논문이 주목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2년 전 해당 논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지 79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약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조 전 장관은 검찰 측 신문에 줄곧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근무한 조 전 장관은 '형사법 전문가'로서 자신의 논문을 통해 진술거부권을 옹호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던 지난 2017년 6월 국내 법학전문학술지인 '저스티스'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및 피의자의 출석 및 신문수인의무 재론(再論)'이라는 20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은 이 논문에서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이고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이를 행사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변호인의 당연한 소임"이라며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사방해'는 헌법이 예정한 '방해'로 수사기관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방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 '일심회 마이클 장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어 "수사기관의 신문이 위법 또는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도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진술거부권 행사 권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비공개 출석한 가운데 취재진들이 관련 소식을 듣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조 전 장관은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소여부가 결정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 소환조사가 이뤄지더라도 검찰 측 피의자신문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내비친 셈이다.


조 전 장관의 이같은 모습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피의자로서의 기본권 행사"라는 시각과 "전직 장관으로서 비겁한 태도"라는 반응이 엇갈린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자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진술거부권 행사는 피의자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기본권 행사에 공인을 들먹이거나 권력자의 특권이자 갑질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조 전 장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피의자로서 감히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수사환경과 관행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 해도 굉장히 많은 추궁을 당하는 검찰에 소환된다는 것은 피의자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며 "(변호인으로서) 저도 혐의내용이 모두 파악되지 않았을 경우 사건을 의뢰한 피의자에게 실제로 진술거부를 권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피의자들이 검찰조사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사전고지 문항에 '예'를 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될시 진술거부가 혐의부인과 이어져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이 택한 '진술거부' 노선을 이른바 '사법농단'의 핵심피의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빗대기도 한다. 임 전 차장이 검찰조사와 관련 공판과정에서 수차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본인의 유리함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활용했다는 이유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전 장관이 너무 이론적인 면에 치우쳐있는 것 같다"며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유일한 권리'라기보다 자신의 진술이 그대로 조서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등을 우려한 '최후의 권리'인데 (고위 공직자인) 조 전 장관에겐 크게 해당사항이 없어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검찰조사는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묵비권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전직 장관으로서 답답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법적 영역이 아니라 윤리적 판단의 문제"라며 "(조 전 장관이) 검찰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보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진술거부권은 국가를 상대로 한 약자들의 보루이고 인권 측면에서 당연히 보호돼야 할 방어권인데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만을 두고 적절성을 따지며 논란이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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