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인천시 서구 오류왕길동 소재 사월마을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19일 오후 마을 내 왕길교회에서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했다.
◇122명 사는 마을에 공장 165개 집중…공장 중 절반은 유해물질 취급
앞서 2017년 2월 사월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매립지가 생긴 뒤 폐기물처리업체 등 공장이 난립했다며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2017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조사가 진행됐다.
총 52세대, 122명이 거주(6월 기준)하는 작은 마을인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122곳(73.9%), 도·소매 17곳(10.3%), 폐기물처리업체 16곳(9.7%) 등 무려 165여 개 공장이 운영 중이다.
특히 공장 가운데 82곳은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사업장이고, 마을 앞 수도권매립지 수송도로는 버스, 대형트럭 등이 하루 약 1만 3천대, 마을 내부도로는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하루 약 7백대가 지나다닌다.
이에 대해 조사를 맡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사월마을의 오염물질의 검출 결과가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주민들의 질환 발생이 유독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주거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결론내렸다.
조사 결과 이 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 중금속 등은 인천의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게 검출됐고, 마을 내 토양 및 주택 침적먼지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다.
연구진이 지난해 겨울, 봄, 여름에 걸쳐 3일씩 대기 중 미세먼지(PM10)를 측정한 결과, 3개 지점의 평균 농도가 55.5㎍/㎥로 같은 날 인근에 있는 인천 서구 연희동(37.1㎍/㎥)보다 1.5배 높았다.
또 대기 중 중금속의 주요 성분인 납(49.4ng/㎥), 망간(106.8ng/㎥), 니켈(13.9ng/㎥), 철(2,055.4ng/㎥) 농도 역시 인근 구월동, 연희동보다 2~5배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사월마을의 측정치 역시 국내는 물론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월마을의 대기오염을 낳은 배출원에 대해 수용모의계산(PMF 수용모델)을 벌인 결과 가장 미세먼지(PM10) 기여도가 높은 오염원은 순환골재처리장 등 건설폐기물 처리업(19.4%)이었고, 자동차(17.7%), 토양 관련 오염원(12.5%)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주택(14곳)의 서까래, 문틀 등에서 채취한 침적먼지에서 알루미늄을 제외한 중금속 항목들이 지각의 원소 조성 농도보다 높게 검출됐다.
또 마을 13개 지점 토양에서 비소(6.8~17.1㎎/㎏), 카드뮴(0.8~1.0㎎/㎏), 니켈(13.7~38.8㎎/㎏), 납(28.6~205.1㎎/㎏) 등이 검출됐지만, 이 경우에도 토양오염우려기준은 초과하지 않았다.
◇"생체 내 유해물질도 기준치 이내……암 발생비도 문제 없어"
주민 건강조사 결과에서도 생체 내 유해물질(중금속, 방향족탄화수소류 등)은 일부 항목이 국민 평균보다 높았지만 참고치보다는 낮았고, 암 발생비 역시 타 지역보다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
주민의 소변 중 카드뮴(0.76㎍/g-cr.), 수은(0.47㎍/g-cr.),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대사체(2-NAP, 3.80㎍/g-cr.) 및 혈액 중 납(1.82㎍/dL로)의 농도는 만 19세 이상 성인 국민 평균치보다 1.1~1.7배 높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독일환경청 인체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치(요중 카드뮴 4㎍/g cr., 요중 수은 20㎍/g cr., 2-NAP)보다는 훨씬 낮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카드뮴 고농도자(6명)에 대한 정밀검진에서도 신장질환, 골다공증 등 이상 소견이 없었고, 유해물질별 생체 농도 95분위 이상 대상자(28명) 건강검진도 특이소견이 없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중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을 앓아 이 가운데 8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발생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대비 암 발생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소음·정신 문제 감안하면 주거환경 적절치 않아…대책 마련해야"
다만 연구진은 △미세먼지 농도가 타지역 보다 높고 △주·야간 소음도가 높고 △우울증과 불안증의 호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주거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마을 모든 주택(52개) 부지경계에서 이틀간 주‧야간 각 2회씩 소음을 측정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1회 이상 기준치(주간 55dB, 야간 45dB)를 초과했고, 특히 19개 지점은 주·야간 모두 기준을 초과했다.
건강검진 참여자의 우울증 호소율은 24.4%, 불안증 호소율은 16.3%로 전국 대비*(우울증 5.6%, 불안증 5.7%) 각각 4.3배, 2.9배 높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환경정의 지수’에 기반한 ‘주거환경 적합성평가'를 적용해도 전체 52세대 중 37세대(71%)가 3등급 이상으로, 주거환경으로 부적합해 개선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 유승도 환경건강연구부장은 “이번 조사는 환경으로부터 기인한 삶의 질 관점에서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를 시도했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인천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조사 및 주거환경 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