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레넌 벽' 훼손된 채 발견…"경찰 고소 예정"

홍콩 시위 두고 잇따른 '대학가 韓·中 갈등' 여파로 추정
주최 측 "오는 19일 경찰에 고소장 제출할 것"

18일 오전 서울대 캠퍼스 중앙도서관 건물 벽면에 설치된 '레넌 벽'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레넌 벽'은 국내 대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연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설치했다./사진=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제공
'홍콩 민주화 시위'에 연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울대 캠퍼스에 설치됐던 '레넌 벽' 일부가 훼손돼 주최 측이 경찰 고소를 예고했다.

18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홍진모)'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내 중앙도서관 벽에 설치된 '레넌 벽'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홍진모는 "(레넌 벽 훼손이) 바람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오는 19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견 당시 '레넌 벽'을 구성하는 전지 두 장 중 한 장은 찢어진 채 일부 가장자리만 남아 있었고, 나머지 한 장은 심하게 접혀 있었다.

이는 최근 '홍콩 시위 지지'를 둘러싸고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고려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하려다 이를 막는 한국 학생들과 마찰을 빚었다. 연세대에서는 3차례 연속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철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한양대에서는 '레넌 벽'을 둘러싸고 이에 항의하는 중국인 유학생들 60여명이 몰려와 한국 학생 10여명을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훼방이 계속되자 순번을 정해 대자보를 지키는 '파수꾼'도 등장했다.

한편 훼손된 서울대 '레넌 벽'은 홍진모에 의해 두 번째로 설치된 것이다. '레넌 벽'은 체코에서 1980년대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학생들이 벽에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가사 등을 적으며 저항의 메시지를 쓴 것에서 유래했다.

지난 6일 국내 대학에선 처음으로 서울대 중앙도서관 건물 한 벽면에 '레넌 벽'이 설치돼 홍콩 시위를 응원하는 국내 학생들의 연대 메시지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와 "너희 한국인들과 홍콩 시위가 무슨 상관 있나",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땅" 등의 반(反)홍콩 메시지로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

이후 주말 사이 철거되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해 훼손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학교 측이 벽 보수공사를 위해 잠시 철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진모는 지난 11일 '레넌 벽'을 재설치하고 연대 메시지를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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