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7년간(2012∼2018년) 누적 환자 수 1만6천71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대유행'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A형 간염 대유행이 이미 10년 전에 예견됐는데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으로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한국역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 최근호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은 올해 A형 간염을 2009년 이후 10년 만의 대유행으로 진단하고, 이런 대유행이 정부 보건정책의 오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A형 간염 대유행이 2009년 처음 대유행을 겪었을 당시 이미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2009∼2010년의 경우 전수 신고가 아닌 표본기관 신고 집계인데도 A형 간염 환자가 2만2천886명이나 됐다.
당시 대유행 원인으로는 1970∼1990년대 출생자의 낮은 A형 간염 면역 수준이 지목됐다. 1960년대 출생까지는 어렸을 때 자연 감염으로 인한 면역 획득이 활발했지만, 1970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출생자들은 위생 수준 향상으로 점차 면역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에도 해당 연령층의 면역을 높이는 예방접종 시행이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정책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기존의 선택 접종으로 50% 정도 접종률을 나타내던 만 1세 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에 편입함으로써 접종률을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정해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 A형 간염 취약층은 제외한 채 새로 태어난 아이의 예방접종에만 집중한 것이다.
연구팀은 "사실 이런 정책은 모델링 연구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결국 현재 시점에서 보면, 1990년대 말 A형 간염 예방접종이 도입되고, 2012년 출생자부터 국가 무료접종이 시행됐기 때문에 만 7세 아동까지의 면역 수준은 크게 높아졌지만, 그 이상 연령의 학생들과 성인의 낮은 면역 수준은 계속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은 10년이 지난 2019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통계를 보면 국내 A형간염 환자 평균 연령은 39세로, 30∼40대가 73.4%를 차지했다.
20대까지 포함하면 20~40대 환자 비율이 87.4%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취약층은 그대로면서, 연령대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기모란 교수는 "A형 간염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합병증 발생이 많고 치명률이 증가하므로 향후 추가적인 유행이 있다면 A형 간염에 의한 치명률이 점점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규모 '따라잡기 백신 접종' 정책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기 교수는 "20∼40대 성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따라잡기 백신 접종 정책을 도입하려면 예산 확보, 백신 수급, 낮은 접종률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5년 이상 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보건소 등에서 성인 백신을 병·의원보다 값싸게 실비로 제공함으로써 비용부담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