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은 지난 16일 안방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OK저축은행은 선두 대한항공과 승리(7승)와 승점(19점)에서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경기 이후 OK저축은행의 승리를 다룬 기사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V-리그의 팬층을 생각한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수치의 댓글이 OK저축은행 기사에 달려 있었다.
경기 당일로 한정하면 OK저축은행의 내용을 담은 기사는 총 12개가 작성됐다. 이 기사들의 댓글을 모두 합하면 무려 1,300개가 넘는다. 특히 한 매체의 기사에는 무려 5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경기 내용 없이 스코어만 알리는 기사에도 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댓글 대부분은 OK저축은행을 찬양하는 문구 일색이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런 현상은 OK저축은행에서 진행한 도 넘은 무리한 이벤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OK저축은행은 배구단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이기면 직원들에게 수당을 주고 패하면 월급에서 기부하게 하는 방식을 도입해 몇 년째 실행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승리하면 10만원 지급, 패배하면 회사 장학회로 3만원씩 월급에서 떼어가는 제도다. 올 시즌에는 금액이 커졌다. 승리 수당을 20만원으로 늘리는 대신 패배 기부금도 10만원으로 올렸다.
올해 배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직원들은 적잖은 수당을 챙기고 있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더라도 월급을 보존해주는 제도가 있어 직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부터 시작된 이벤트의 내용을 뜯어보면 OK저축은행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있는 배구단 승리 기사에 댓글을 남기고 해당 댓글과 아이디를 캡처해 사내 게시판에 올려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행태로 인해 OK저축은행 관련 기사에 팀을 찬양하는 댓글이 도배됐다. 사실상 댓글부대를 동원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댓글을 작성하는 공간은 개인의 의견을 남기는 곳이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이 진행한 이벤트는 구단을 옹호하는 내용만 강제하면서 여론을 선동하는 행위다.
특히 이런 댓글부대는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남녀부가 함께 진행하는 올스타전에 나설 선수들은 팬 투표로 선정된다. 올 시즌은 올림픽 예선으로 인해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지만 만약 진행됐다면 댓글부대가 특정 선수만 투표하는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댓글과 달리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같은 조직의 구성원이 같은 기사에 다수의 댓글을 남김으로 인해 댓글 조작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OK저축은행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룹 관계자는 "기존 SNS를 통해 응원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벤트에서 댓글로 확대됐다"라며 "댓글 인증이 문제가 될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의 도 넘은 행태로 인해 댓글부대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V-리그. 나머지 12개 구단은 하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해선 안 될 일이기에 하지 않은 것이다. 한창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배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OK저축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