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법 개정 지지부진…노동부, 주52시간 보완책 발표

앞서 이 장관은 지난 15일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가진 '고용노동 정책간담회'에서 "실태조사와 현장의 의견수렴 결과로 볼 때 내년부터 시행되는 50~299인 기업의 경우 정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간 제도개선 범위에 대한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입법 논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며 "50~299인 기업에 대한 법 시행이 1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무한정 입법 논의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주52시간제 제도 안착을 위한 대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도 노사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법안을 받은 국회에서는 보수야당이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리고, 선택근로제 등 각종 유연근로제를 확대하자고 요구하면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간사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논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별연장근로 문턱 낮출 듯…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포기 다름없어"

최근 노동부가 국회 환노위에 보고한 보완책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준 완화 △계도기간 부여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 확대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관련 질의에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 임시적 업무 증가와 관련된 제도 개선 요구가 있다"며 "특별연장근로제도 개선 필요성 여부에 대해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원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합의를 전제로 1주에 1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자연재난 등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연장근무가 필요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법정한도를 초과하는 연장노동을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활용된다.
현재 특별 연장근로 인가 적용 요건은 자연재해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혹은 이에 준하는 각종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임박한 경우로 한정된다.
또 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업무를 다른 노동자로 대체할 수 없어 연장노동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이를 노동부가 신상품 연구개발이나 일시적 업무량 급증, 사회적 손해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갑작스런 시설장비 고장 등으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영세사업장에 대한 단속을 유예하는 등 계도 기간을 부여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지난해 7월 특례제외업종인 300인 이상 사업체에 주52시간제를 적용할 때에도 특정 조건을 만족한 경우 계도기간을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사실상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은호 대변인은 "업무량 급증이나 신상품 개발 등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하도록 허용하면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무분별하게 신청할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정책의 의미가 없어지고,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미 지난 2월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는 노동계의 양보로 합의가 이뤄졌고, 그 대비책으로 11시간 연속 휴게나 과로사 방지대책, 임금 보전 등도 같이 의논했다"며 "이러한 노사정 합의를 국회가 존중해 처리한다면 기업들의 어려운 점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면 정부 일정대로 진행한 뒤 미비한 점을 따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 취지를 훼손하는 정부 보완책은 '노동시간 단축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