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통 2개 가져간 장애인 기초수급자…훈방된 사연

울산경찰,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통해 올해 161명 감경

울산시 동구에 거주하는 A(55)씨는 올해 6월 27일 집 인근 슈퍼마켓 앞에 플라스틱 세제 통 2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가져갔다.

별다른 직업이 없고 몸이 불편한 A씨는 평소 폐지나 재활용 쓰레기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서 생활하던 터라, 그날도 주운 세제 통을 고물상에 주고 개당 2천원을 받았다.

새 세제 통이 없어진 것을 안 슈퍼마켓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절도범이 돼 입건됐다.


하지만 A씨 사정이 딱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A씨 집을 찾아가 보니, A씨는 지체장애 3급이어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생활했고,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있었다.

혼자 사는 집은 관리가 안 돼 어지럽혀져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세제 통이 버려진 줄 알고 가져간 데다가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 금액도 적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입건을 훈방 조치로 감경했다.

또 추석 연휴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A씨에게 생필품을 전달했고 이후 집 청소, 목욕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A씨 사례처럼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한순간의 실수로 범죄자가 되는, 이른바 '장발장 범죄' 대상자 167명 중 161명(96.4%)을 올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감경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울산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2015년 68명, 2016년 130명, 2017년 262명, 지난해 194명을 감경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가 미미하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고자 배려하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약자로서 정상참작 이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