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야구 국가 대항전 2회 연속 우승을 위해 출격한다. 숙적 일본과 피할 수 없는 승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 개최국 일본과 격돌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초대 챔피언, 일본은 당시 4강전에서 한국에 9회초 3점 차 대역전패를 안아 결승행이 무산됐다.
한국은 전날 일본과 슈퍼라운드 최종전에서는 힘을 아꼈다. 주전들 중 휴식이 필요한 선수들을 더러 뺐고, 그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백업 선수들을 내보냈다. 선발 라인업에 정예를 내보낸 일본과는 달랐다. 결승전이 중요한 만큼 전날부터 무리하진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일본 정예와 화력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물론 상대도 필승조를 아끼긴 했지만 워낙 강한 투수력을 지닌 일본임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첫 선발 출전한 강백호, 황재균, 박세혁, 김상수, 박건우 등이 안타를 때려냈다. 황재균은 3회초 상대 우완 선발 기시 다카유키를 동점 좌중월 홈런으로 두들기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고, 박건우는 안타와 볼넷으로 두 차례나 출루하며 2번 역할을 해냈다. 박세혁과 김상수는 모두 적시 2루타를 때려내 4회 5득점 빅이닝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강백호는 "첫 선발로 나가 긴장도 많이 했다"면서도 "선배, 코치,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선수로서 나름 괜찮았던 경기"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적시타 장면에 대해 "솔직히 그 순간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꼭 갚고 싶다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강백호가 다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과 결승 라인업은 수비에 방점이 찍힐 전망인 까닭이다. 김 감독은 16일 일본전 뒤 "결승은 조금 더 단단하게 수비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은 결승 전초전인 16일 헐거운 수비가 여러 차례 나왔다. 초반 실점 상황에서 3루수 최정이 그랬고, 선발 이승호의 번트 수비도 아쉬움이 남았다. 교체 투입된 좌익수 김현수도 5회말 인조 잔디에서 크게 바운드된 상대 타구를 계산하지 못해 2루타를 만들어줬다.
16일 우익수로 나섰던 강백호는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데다 이날 경기 중 오른발에 쥐가 나서 교체됐다. 수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강백호가 지명타자로 깜짝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재환도 16일 일본전에서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데다 11일 미국과 경기에서 대표팀의 첫 홈런포를 쏘아올린 좋은 기억이 있다. 16일 환상적인 수비와 2루타를 때려낸 김상수도 선발 출전이 기대되지만 이날 일본 선발이 우완 야마구치 순이라 좌타자 박민우가 나설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뚝심의 야구로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신뢰해 반등을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일본과 결승전은 대회 8번째 경기로 올림픽 당시와 비슷하다. 과연 김 감독이 뚝심의 야구 철학을 밀어붙일지, 과감한 결단으로 변화의 길을 모색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