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분했다" 日 설욕 다짐, 韓은 느긋한 플랜B

16일 한일전 미묘한 온도 차

'오늘 이겼으니 내일은 편하게' 15일 오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멕시코를 7:3으로 꺾고 도쿄 올림픽 티켓을 획득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는 예상대로 극동아의 양강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초대 챔피언 한국이 일본의 도전을 받는 모양새다.

다만 그에 앞서 두 팀은 16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슈퍼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이미 결승행을 확정지은 두 팀의 슈퍼라운드 성적을 가르는 경기다.

일본으로서는 4년 전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4강전에서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투입하며 8회까지 3 대 0으로 앞서 결승행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 한국 타선이 폭발, 이대호의 결승 2타점 적시타 등으로 4 대 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르려던 일본은 한국이 미국을 꺾고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일본 대표팀 마무리 야마자키 야스아키는 15일 훈련 중 이뤄진 일본 매체 '풀 카운트'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대결에 대해 "4년 전에는 분한 형태로 한국이 지고 나도 분한 마음이 있다"고 돌아봤다. 당시 대표팀에 속한 야마자키는 등판이 없었지만 도쿄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야마자키는 "당시는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면서 "오늘 한국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사무라이 재팬의 4번 타자 스즈키 세이야도 신중하게 결전을 대비했다. 스즈키도 "(한일전은) 경기장 분위기도 독특하게 된다"면서 "실수가 없는 게 중요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즈키는 현재 타율 4할7푼6리 3홈런 11타점을 올리고 있다.

일본 대표팀 4번 타자 스즈키 세이야.(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대회 1차 목표를 달성한 한국은 16일 일본과 경기에서는 한 템포 쉬어갈 전망이다. 15일 멕시코전 승리로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데다 이번 대회 결승행도 확정한 만큼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것.


일본전 선발 투수로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던 20살 약관의 이승호를 낙점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당초 한국은 멕시코전에 졌다면 올림픽 본선행이 결정될 일본전에 에이스 양현종을 투입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멕시코전 뒤 회견에서 "내일이 마지막 경기라면 선발이 이승호는 아닐 것"이라면서 "그러나 모레 (결승전) 경기가 또 있기 때문에 매일 경기를 했던 피로도가 쌓인 선수는 뒤에 내보낼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못 나간 선수는 미리 내보내고 팀을 위해 고생한 선수들 투입해서 나중에 골고루 기용하면서 경기를 꾸려갈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플랜B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도 비슷한 양상이다. 일본은 16일 한국전 선발로 기시 다카유키를 예고했다. 2007년 프로 데뷔 뒤 125승 8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02를 올렸지만 올해는 부상 여파로 15경기 3승5패 ERA 3.56에 머물렀다.

결승전 선발로 낙점된 야마구치 순보다는 떨어지는 카드다. 야마구치는 올 시즌 센트럴리그 다승(15승), 탈삼진(188개) 2관왕에 ERA도 3위(2.91)였다. 한국처럼 진검은 감춰두는 형국이다.

다만 일본으로서는 4년 전 충격패를 설욕해야 하는 만큼 한국보다는 전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여세를 몰아 결승전까지 내리 이기기는 게 내년 올림픽을 위해서도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국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까지는 아니어도 16일 일본전은 부담없이 치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 중후반까지 리드를 안거나 접전이라면 김 감독의 말대로 정예가 투입돼 승부를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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