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케미' 김현수의 겸손, 양의지의 능청?

'의지가 되네' 15일 오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에 3타점 2루타를 친 김현수가 이닝을 마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이한형 기자
김현수가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답게 가장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뽐냈다.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결정짓는 쐐기타를 날렸다. 여기에는 예전 소속팀 동료 양의지의 깜찍한 도발이 있었다.

김현수는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멕시코와 3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7 대 3 역전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5회 빅이닝의 시작과 끝을 이뤘다. 0 대 2로 뒤진 5회말 김현수는 선두 타자로 나와 귀중한 볼넷을 골라냈다. 대량 득점의 물꼬를 튼 출루였다. 이후 양의지의 볼넷과 최정의 좌전 안타로 무사 만루가 됐고, 민병헌이 집념의 빗맞은 안타를 뽑아내 추격을 알렸다. 박민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든 뒤 이정후의 안타성 2루 땅볼로 3 대 2, 역전을 이뤘다.

12일 대만전에서 0 대 7 완패를 당했던 대표팀 타선은 활활 타올랐다. 김하성의 적시타가 터졌고, 이후 2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여기서 김현수는 싹쓸이 3타점 좌중간 2루타로 리드를 7 대 2까지 벌렸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패가 가려진 순간이었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프리미어12 결승 진출도 확정하며 초대 챔피언으로서 대회 2연패를 이룰 기회도 잡았다.

경기 후 김현수는 "오늘 이겨서 목표였던 올림픽 진출을 달성했다"면서 "남은 경기 있으니 선수들과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16일 슈퍼라운드와 7일 결승전에서 일본과 잇따라 맞붙는다.


사실 김현수의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타선 부진으로 대만전에서 0 대 7 완패를 당한 충격을 쉽게 털쳐내기 어려웠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선수들이 다 잘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은 1명만 잘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 진 것은 아쉬움이 컸지만 동요하지 말고 준비하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공을 돌렸다.

'너희들 득점 나 때문이야' 15일 오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양의지(왼쪽)가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대한민국 김현수의 3타점 2루타로 홈을 밟은 이정후(가운데), 김하성 등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김현수는 5회말 쐐기타의 비결도 귀띔했다. 김현수는 일단 "먼저 점수를 내줬지만 내가 살아나가면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선두 타자 볼넷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4 대 2로 앞선 2사 만루에서 터진 2루타에 대해 "(내 뒤에 6번 타순인)에 양의지가 '네가 쳐야 자기가 볼 배합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친 것 같다"며 웃었다.

당시 김현수의 공격이 무위로 끝났다면 한국은 4 대 2, 2점 차의 불안한 리드 상황을 맞을 판이었다. 당연히 포수 양의지로서는 점수 차를 지키기 위해 투수 리드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김현수가 주자 일소 2루타를 때리면서 리드는 5점 차로 늘었다. 양의지가 한결 수월하게 투수 리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양의지는 이영하와 배터리를 이룬 6회 1점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만약 4 대 2, 리드 상황이었다면 6회 실점으로 경기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이런 가운데 김현수가 지난 대회 MVP다운 존재감을 뽐내면서 한국으로서는 수월한 경기가 된 게 사실이다. 김현수와 양의지는 현재 LG와 NC 소속이지만 예전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 사이다. 양의지의 능청스러운 자극(?)이 김현수의 맹타는 물론 한국의 승리로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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