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유포' 경찰서 방문한 경찰청장…"계획된 일정" vs "승진 잔치"

민 청장 1호 정책 '여성 대상 범죄 근절'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 경찰서서 승진 잔치
"눈물 흘리는 괴로운 사람보다 높으신 사람이 먼저"
성폭력 처벌법 위반으로 법정 구속된 순경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이 발생한 도내 모 경찰서 특별 승진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민갑룡 경찰청장의 '경찰관 간 성관계 영상 유포' 사태가 발생한 경찰서 방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지역 경찰서에서 진행된 '특별 임용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미 계획된 일정인 데다 특별 임용 승진대상자와도 관련이 없다"는 긍정적 의견과 "불법 촬영 유포 혐의의 순경이 구속됐고 피해 여경의 아픔이 발생한 공간에서 승진 잔치는 부적절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5일 오후 2시 20분쯤 전북 익산역에 도착했다. 민 청장은 익산의 종법사를 예방하고 전북지방경찰청을 방문해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어 민 청장은 오후 5시 55분쯤 특진 임용식을 위해 도내 모 경찰서를 방문했다.

해당 경찰서는 '성관계 영상 유포' 혐의로 구속된 A순경이 근무했던 곳이다.

지난해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다짐하는 등 평소 여성 인권을 강조한 민 청장이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이 발생한 경찰서까지 방문해 특진 임용식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과 경찰의 성과를 치하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며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국과수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해 기념품을 전달하는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송승민 기자)
반면, 성폭력예방치료단체는 '경찰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권지현 센터장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눈물 흘리는 괴로운 사람의 상황보다 오시는 분의 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며 "가장 높으신 분의 일정을 옮기는 게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번 달은 아니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내 모 경찰서 소속 A순경은 지난 6월말쯤 동료 여경의 잠자는 모습을 찍어 주변 동료들과 돌려봤다.

A순경의 아버지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10월말쯤 A순경이 불법 촬영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전주의 한 저수지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다.

A순경은 성폭력 처벌법 위반으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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