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평 8억 전세도 없어서 못 팔아"…정부, 전월세상한제 도입하나

법무부,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연구용역 결과 발표
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동시 도입 '방침'
임대인 수익 감소로 인한 공급 우려도
주택 부족한 도심 지역에는 약 아니라 독 될 수도

부동산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서울 양천구 목운초등학교 인근의 한 부동산 사무실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던 중개인 A(39)씨가 손님에게 거듭 양해를 구했다.

종이컵에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따라 손님에게 건넨 A씨는 "아침에 보셨다는 전세 물건이 다른 손님이 계약금을 먼저 보내는 바람에 매물이 없어졌다"며 "다른 매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목동 인근 집을 알아보던 손님은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중개사 A씨는 "아침에 나온 전세 매물이 저녁때 되면 계약이 돼 싹 사라진다"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매물은 없는 물건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다른 중개사 B씨는 "교육 제도 발표 이후에 전세 가격이 일주일 사이에 몇천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많지 않으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실제 목운초등학교 인근의 30평대 아파트는 전세 30평대 아파트 전세는 8억에서 8천50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서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세 가격 급등은 목동과 강남 8학군 등 우수 학군 위주로 뚜렷히 관측된다.

정부가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교육 제도 개편을 발표하면서 학원가 등 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의 전세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전세가격은 지난 9월 9일 0.04%에서 지난 4일 0.20%로 5배 넘게 올랐다.

양천구의 경우 9월 셋째주 0.04%(9월 16일 기준)에서 최근 0.16%(11월 11일 기준)으로 4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겨울방학을 대비해 학군 수요와 입지요건이 양호한 인기지역의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주거·임대료 안정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정부…임대인 공급 위축 우려도


'교육특수'로 일부 지역의 전세가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세 시장에 공급 부족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전월세 자동연장 계약기간을 4~6년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인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임차인이 계약을 한 번 더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최소 4년(2년+2년)은 임차가 보장되기 때문에 안정된 주거환경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거주 안정성을 확보한 뒤, 임대 인상률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연동해 임대료를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가 주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좌담회에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임재만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 대비 전세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증가한 갭투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집값이 하락할 때 발생하는 깡통전세와 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가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전세가격 상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전세가 비율 규제와 함께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전세를 통한 무리한 주택 투자를 예방하고 실질적으로 임차인 보호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액 자산가나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고가 임차주택에 대해서는 임차인 보호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예외로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포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모두 39개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한 뒤 당정 협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전월세상한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임대 가격이 급등하고 임대인의 수익 감소로 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두 가지 규제가 시장에 동시에 적용될 수 밖에 없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율성이나 수익률 모두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이 부족한 도심이나 대기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대문에 임대사업을 하지 않거나 임대료를 정책 시행 전에 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임대료 보조나 임대주택 공급 등의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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