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5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이춘재)가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대부분 현장 상황과 부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윤모(52) 씨와 이 사건 역시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했다.
수사는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 윤 씨 진술의 임의성, 윤 씨 검거 및 조사 과정에서의 임의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의 적정성 등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먼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과 관련해 당시 수사기록에 의한 현장상황 등과 이춘재 진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일시와 장소, 침입 경로, 피해자 모습, 범행 수법 등에 대해 이춘재가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대부분 현장 상황과 부합했다.
특히, 양말을 손에 끼고 맨발로 침입했다는 진술이 현장 상황과 일치했다. 또한 이춘재는 범인만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 특징, 가구 구조, 침입 경로, 시신 위치, 범행 장소 내부 상황, 피해자에게 속옷을 입힌 사실 등에 대해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프로파일러들은 이춘재의 자백에 대해 피해자의 옷차림과 방 안의 상태에 대한 기억 정보는 부족하지만, 피해자의 기본정보와 속옷 재착의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윤 씨가 당시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하는 진술 가운데 현장상황과 불일치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책상 위 맨발의 흔적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윤 씨의 신체 상태와 모순됐다. 또 윤 씨가 두 손을 책상에 짚고 침입하는 것으로 현장검증 사진상 확인됐으나, 당시 현장에는 윤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윤 씨가 피해자의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성폭행한 후 다시 입혔다는 진술도 피해자의 속옷 착의 상태에 대한 재조사와 국과수 감정 결과 불일치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 사진에는 피해자의 속옷이 뒤집힌 채로 입혀져 있었다. 이춘재는 당시 피해자의 속옷을 일부러 뒤집은 채로 입혔다고 진술하진 않았지만, 다른 속옷을 새로 입혔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러들은 윤 씨가 8회에 걸쳐 작성한 자필진술서와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통해 그의 당시 진술에 대한 임의성도 분석했다. 그 결과 사건의 동기와 범행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고 일관된 형태로 표현됐으나, 1년 전 범행의 상세한 기억이 알 수 없는 정보에 대한 확신이 담긴 것으로 평가했다.
경찰은 윤 씨에 대한 신체 부당성 및 위법성에 대한 수사도 벌였다.
윤 씨는 임의동행시 수갑을 채웠고, 구속영장 발부까지 수차례 조사 및 경찰서에서 대기하면서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수사관들은 수갑을 채우지 않았고, 윤 씨의 신병과 관련해 검사와 법적 절차를 논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수사기록에는 윤 씨가 임의동행 후 구속영장 발부 전까지 3일간 경찰서에서 대기하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씨는 조서 작성 과정에서도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폭행과 협박, 가혹행위, 회유 등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윤 씨를 상대로 범행을 추궁한 사실은 있으나, 윤 씨가 스스로 자백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당시 국과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 폭행 등을 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와 당시 수사기록 등을 면밀히 재분석해 이춘재와 윤 씨의 진술을 보강하는 한편,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의 적절성과 수사과정상 윤 씨에 대한 위법행위 여부, 윤 씨의 구속과정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화성 2차 사건의 증거물들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지난 14일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통보를 받았다. 당시 농수로였던 사건 현장에 증거물들이 물에 빠져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DNA가 훼손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