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는 "전·현직 대통령 지지자들을 성심성의껏 만난 것이 죄라면 달게 받겠다"며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14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특검은 이날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 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에서 각 혐의에 대해 징역 3년·2년을 구형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6개월씩 구형량을 늘렸다.
특검은 "원심과 이번 항소심을 거치며 이 사건의 과정은 불법이었고 여론은 왜곡됐으며 그 수단은 공직거래였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죄질과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했다"고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온라인상의 여론 조작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늘색 셔츠에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나온 김 지사는 "1심에서 제대로 소명하고 밝히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항소심에서 충분히 기회를 줘 감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지사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제 스스로에게 반문해보곤 한다. 만일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김동원(드루킹) 같은 사람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멀리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사실 별로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의 대통령(노무현)을 마지막까지 모셨고 또 한 분의 대통령(문재인)을 모셨던 사람으로서 그 지지자들을 성심성의껏 응대하고 만나는 것이 제가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인연은 정치인으로서 지지자들과의 통상적인 만남 수준이었을 뿐, 불법적인 행위를 함께한 적은 없다는 취지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까지도 공격한 그들의 불법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겨우 한두 번 만난 김씨와 불법을 공모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특검은 2017년 7월과 8월 사이 김 지사의 청와대 출입이 20회 이상 잦았다는 것을 추가적인 범행 증거로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김씨 측이 김 지사에 대해 인사 관련 청탁을 한 것과 연관된 청와대 방문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신 꾸려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청와대 방문이 잦아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킹크랩으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대선 후 이듬해 지방선거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드루킹 측 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으나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후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