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책 실패' 인정? 사모펀드 투자하한 5억→1억→3억

DLF 사태 커지자,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불씨가 됐다는 비판 제기
당시 금융위 '모험자본 공급' 위한 정책 펼쳤지만, 정책 목표 달성도 안돼
개인 투자자 불완전판매 증가와 대규모 원금 손실 '부작용'만 낳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모펀드의 일반투자자 최소 금액이 1억에서 3억으로 '강화'됐다.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된 이른바 'DLF 사태'에 대한 개선 방안이다. 4년 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5억이었던 투자 요건을 1억으로 낮췄던 금융위원회의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종합방안 주요 내용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요건을 1억에서 3억으로 상향했다. 충분한 위험 감수 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 책임 아래 투자하도록 일반투자자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 판매 직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100%에 가까운 원금 손실을 본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DLF 사태가 커지자, 2015년 정부가 내놓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불씨가 됐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당시 금융위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를 인가가 아닌 '등록제'로 전환하고, 사모펀드 투자 한도를 5억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DLF 제도개선 종합방안 주요내용 (그래픽=김성기PD)
이렇게까지 투자 한도를 낮추는 등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편 이유는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DLF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자금 가운데 모험자본으로 간 비율을 조사해봤더니, 상당히 비중이 적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가 사모펀드 시장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금융위 스스로도 인정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다시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투자 요건을 3억으로 강화하더라도 전체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사모펀드 가운데 개인 판매 비중은 6.6%(지난 9월 기준, 전체 사모펀드 판매 규모는 391조원)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펼쳤지만 정책 목표 달성은 커녕 개인 투자자에 대한 불완전 판매 증가와 대규모 원금 손실이라는 부작용만 낳은 셈이다.

당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전문투자자가 아닌 비교적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반투자자들도 이 시장에 진입했고, 비 이자수익을 확대하려는 은행들이 이들에게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며 DLF 사태를 촉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투자 한도를) 1억을 했더니 대출 받거나 전재산을 투자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자인했다.

DLF 투자 피해자들은 "금융정책의 실패로 우리만 손해를 본 셈"이라며 "지금이나마 이같은 문제의 기준을 수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 인정과 이에 대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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