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6일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상을 밝히고, 당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면서 한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두 사람 간 통화사실과 합의되지 않은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차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당이 원유철 의원을 당내 통합추진단장을 내정하면서 "유 의원 측에서 요구한 인사"라고 했다가, 유 의원 측에선 "그런 적이 없다"고 답하는 등 진실공방 논란까지 생겨났다.
원 의원 외에도 복수의 중진 의원들이 서로 자신이 협상 채널이라고 자임하는 등 촌극을 빚으면서 "통합이 자기 장사의 장이 돼 버렸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통합 논의를 일단 멈추고 합의해야 할 원칙을 가다듬는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유 의원은 14일 바른미래당 내부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신당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변혁 대표에서 물러난 것은 몇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권은희(국민의당 출신)‧유의동‧오신환 등 70년대 생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당내 논의기구인 면면을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것이 목표다.
유 의원이 제시한 통합의 3대 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 보수의 수용 ▲새 집을 짓기 등이다. 한국당이 현 체제를 허물고 제3지대로 나와야 국민의당 출신 등 안철수 전 의원 등을 포함한 중도-보수 대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황 대표에 대해 "우리 쪽에서 사람 정해서 공식적 대화를 공개적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고, "제가 그분의 답만 기다릴 수도 없다"고도 말했다. 통합이 어렵게 된다면 독자적인 정당을 통해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황 대표 역시 '자기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대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자유우파 정당 보수단체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다자 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한국당과의 통합 대상이 변혁 뿐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에선 통합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사무처 실무진 등 사이에선 "우리는 통합을 요구했는데, 저쪽(변혁)에서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피력하는 말들도 오간다.
통합이 실행되기엔 시점과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는데, 섣불리 꺼내들었다는 자기반성도 제기된다. 예비후보 등록까지만 한 달 정도 남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쟁점들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 없이 덜컥 통합 카드부터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친박, 비박 등 계파를 불문하고 흘러나오고 있다.
때문에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하기보다 장막 뒤에서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교감이 확인된 뒤 발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한국당, 변혁 양측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