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 ''예상''·''억울''… 다양한 반응

"우회적인 표현도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동방신기의 ''미로틱'' 비의 ''레이니즘'' 등 인기 가요들이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해당 음반사와 팬들은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부당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심의라며 인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 청소년 유해매체물 선정 어떻게 이루어지나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1997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단행본, 만화단행본, 연속 간행물, 방송만화, 방송음악, 국내외영화, 방송드라마, 인터넷, 국내외 음반, 국내외 비디오, 전자출판, 광고, PC통신, 방송다큐멘터리 등을 대상으로 심의를 해 왔다. 욕설이나 비속어, 선정적 표현이 가사에 포함돼 있는 경우 심의를 거쳐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다. 현재 박명윤 한국청소년연구소 이사장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10명의 위원이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의는 매체물이 공개된 후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가수의 경우 비나 동방신기처럼 활동을 하다 심의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유해매체물로 심의하는 노래의 음반사에 사전에 이 내용을 통지한다. 음반사 측은 이 통지를 받게 되면 가사에 대한 설명 자료를 위원회 측에 보내게 된다. 음반사의 해명 의견에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경우 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고 이 사실을 고지한다.

◈ 유해매체물 결정된 노래, 어떤 처분 받나

유해매체물로 결정된 노래는 청소년보호시간대인 평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 주말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방송매체에서의 방송이 불가능하다. 음반의 경우 19세 이하 판매 금지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판매할 수 있다. 스티커를 부착한 앨범은 판매상에 따로 마련된 판매대에 진열돼 소비자들과 만난다.

비의 ''레이니즘''처럼 문제가 된 일부 가사를 바꾸어 ''클린버전''을 만들면 방송 가능하다.

과거에는 재심의 과정이 있어, 결정에 불복할 경우 재심의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같은 과정이 없다. 이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선 행정소송을 제기해 행정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만큼 음반사의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결정 번복을 꾀하는 예는 거의 없다.

◈ 청소년 유해매체물, 어떤 노래들이 선정 됐나

11월 17일과 27일에 고시된 심의에 비의 ''레이니즘''과 동방신기의 ''미로틱''이 포함돼 사회적인 이슈가 되긴 했지만 올해에도 이미 신해철의 ''아! 개한민국'' ''Dear American'' ''월광'', MC 한새의 ''강제주입'' ''너무 달라서'', 마이티마우스의 ''꽐라송'' ''된장걸'', 배치기의 ''가면놀이'' ''Skill Race'', 엄정화의 ''Kiss me'' ''흔들어'' 등 많은 노래들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된 바 있다.

27일 고시에서도 동방신기의 ''미로틱'' 뿐 아니라 다이나믹 듀오의 ''Trust me'' ''Make up Sex'', 솔비의 ''Do it Do it'' 등 노래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됐다.

해외의 힙합, 메탈 뮤지션의 음악들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선정되는 일이 잦다. 최근에는 유니버설 뮤직이 발매한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음반 수록곡 가운데 ''The Story''를 포함한 6곡의 노래가 욕설과 비속어 가사 때문에 유해매체물로 결정됐다. 이 회사가 최근 발매한 ''넬리(Nelly)''의 싱글 앨범 수록곡 ''Body on Me''와 ''Stepped on my J''z'' 역시 유해매체물로 분류됐다.

마이티마우스의 경우 심의 후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에 문제가 된 노래 두 곡을 뺐다. 배치기는 해당 노래로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이후 발매된 앨범에는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다. 엄정화와 다이나믹 듀오 역시 결정 이후 새로 만들어진 앨범에 ''19세'' 스티커를 붙였다.

라이선스 음반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국가의 가사 표현이 국내보다는 자유로운만큼 미국에서 성인용으로 구분된 음반은 국내에서도 거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부모 지도 필요(parental advisory)'' 표시가 붙는다.

◈ 청소년 유해매체물 선정, 반발은 없나

음반 발매사들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에 갖가지 반응을 보인다. 욕설이나 비속어가 직접적으로 포함된 노래의 경우 유해매체물 선정 결과를 대부분 예상한다. 이 경우 가수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음반사는 욕설 등이 포함돼 심의의 제재를 받을 우려가 있는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회적인 가사 때문에 해당 노래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했을 경우 반발이 크다. 이번 ''레이니즘''과 ''미로틱''에 대한 결정이 이런 경우다.

''레이니즘''의 경우 ''떨리는 니 몸 안에 돌고 있는 나의 매직 스틱(Magic Stick) 더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를 느낀 보디 셰이크(Body Shake)'' 부분이 선정성 문제를 샀다.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결정에 가사를 바꾼 클린버전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도 "곡 전반의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비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지팡이 퍼포먼스''''를 위해 개연성 있는 가사를 응용한 것으로, 선정성을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반발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적한 ''미로틱''의 가사 ''한 번의 키스와 함께 날이 선 듯한 강한 이끌림, 두 번의 키스 뜨겁게 터져버릴 것 같은 네 심장을, 너를 가졌어, You know you got it.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 헤어날 수 없어 I got you Under my skin''에도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한 음반사 관계자는 "우회적인 가사의 경우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심의가 다분히 개인적 의견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결정은 위원들의 객관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며 "번복은 사실상 불가능한만큼 동방신기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조만간 이번 결정에 따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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