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씨의 재심사건을 맡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청구의 근거 법령으로 형사소송법 제 420조가 규정한 7가지의 재심 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5호)와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 및 제7호)를 들었다.
그는 새롭고 명백한 무죄의 증거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피해자의 집 대문 위치와 방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 당시 담을 넘지 않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자백한 점을 지적했다.
반면, 윤 씨는 소아마비로 인해 불편한 다리로 담을 넘어 들어갔다고 허위 자백함으로써 상식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에게는 장갑 등을 끼고 목을 조른 흔적이 발견됐지만, 윤 씨의 자백이 담긴 진술서와 조서에는 장갑 등을 착용한 상태로 목을 제압했다는 기재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한 근거였을 뿐만 아니라 윤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의 주요증거가 됐던 국과수 감정서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취약한 과학적 근거와 주관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와 관련해서는 강제 연행 및 구금 관련 불법 체포·감금, 가혹행위, 자술서 작성 강요,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의 허위 작성, 진술거부권 불고지, 영장 없는 현장검증과 현장검증시 진술거부권 불고지 및 조서대로 연출 강요 등 6가지가 제시됐다.
박 변호사는 "이춘재를 법정에 반드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시)경찰과 검사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법정에서 고문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위증으로 고소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씨는 "저는 무죄입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지금 경찰은 100% 믿는다. 변호사님도 있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복역 기간 및 출소 후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모든 것에 대해 희망을 주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가와 연락이 두절됐는데 모친인 박금식 씨를 알고 있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변호인 단장인 김 변호사는 "오늘 단순히 재심 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 승패가 어떻게 될 것이냐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법원, 국과수, 언론에 이르기까지 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씨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변호인들과 함께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한편, 윤 씨는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모(당시 13세)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이듬해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은 모두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지난달 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박 변호사 등을 선임해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