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이 뭐길래'…한 표로 두 동강난 여수 신기마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전남 여수 돌산 신기마을에서 한 표차 이장 선거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둘로 나뉜 채 반년 넘게 갈등하고 있다.


여수시 돌산읍 신기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마을 총회를 열고 세대주를 기준으로 이장선거를 진행한 결과 A씨가 53표, B씨가 52표를 각각 얻어 A씨가 한 표차로 당선됐다. 무효표는 5표였다.

그러나 낙선한 B씨는 투표에 참여한 주민 상당수가 부정 투표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B씨는 "마을에 들어온 지 석 달도 안 된 사람이 투표를 했고, 한 집에 한명씩 나오라고 방송했는데 엄마와 아들이 같이 투표한 뒤 세대 분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를 지지하는 한 주민은 "주민등록상 한 가구에 아들과 부모의 세대가 분리돼 있어 투표에 참여했다"며 "이전 이장선거 때도 세대주를 기준으로 두 세대가 투표를 해왔고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는데 졌다고 인정을 안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이장을 임명하는 조례가 부실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수시 이장·통장·반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읍장·면장·동장은 주민총회 또는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가 추천한 사람 중 1명을 이장·통장으로 임명한다"고 되어 있을 뿐, 투표방법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없다.

이처럼 규정 자체가 미비하다보니 마을 이장을 임명해야 하는 돌산읍은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양측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이 3명씩 모여 논의를 거쳐 중재안을 마련해도 이튿날 무산되기가 수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주민 간 갈등이 커지자 해상 면세유 부정사용과 관련한 공익제보가 접수되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고소 고발전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A후보측 주민들이 읍을 찾아가 이장 선거 관련 민원서류를 접수하려 하자 박인천 부읍장이 접수조차 받지 않으면서 민원인과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장선거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데는 이장수당 월 20만원 외에도 마을 개발공사 업체로부터 받는 기부금, 어촌계 어업권 계약 수입 등 각종 개발 이권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읍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인천 부읍장은 "선거 결과에 이의신청이 들어온 이상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읍의 입장"이라며 "다시 주민총회를 열어 재신임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양측 모두 이를 거부하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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