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한국개발연구원)는 13일 발표한 '2019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2020년에 2.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제시한 목표치와도 맥을 같이 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주요기관의 성장전망치인 2.2~2.3%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경제활력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는 소비심리가 개선되겠지만, 국내총소득이 낮은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미약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수요의 회복과 함께 기저효과의 영향도 더해지면서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역시 건축부문의 감소세를 토목부문이 일부 상쇄하면서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신흥국의 투자수요 확대가 상품수출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확대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흑자폭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자물가는 수요가 일부 개선되겠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의 복지정책도 확대되면서 낮은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실업률은 완만한 경제성장세 확대와 정부 일자리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의 3.8%보다 낮은 3.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증가 폭은 점진적인 경기 개선과 정부 일자리정책 영향으로 20만명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KDI는 다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하방위험이 재차 부각될 경우 우리 경제의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며 "브렉시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등 다수의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내적으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할 경우 내수 개선을 제약해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내년 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제도 달았다.
KDI 김성태 경제전망실장은 "급락하던 경기종합지수가 최근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제 관련 심리지수도 미약하게나마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향후 경기 부진이 심화되진 않겠지만 다수의 하방위험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 안정에 초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게 KDI의 제언이다.
재정정책은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통화정책도 저물가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더욱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KDI 정규철 전망총괄(연구위원)은 "대내외 수요 위축을 감안하더라도 민간부문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큰 폭으로 낮아진 현상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선제적으로 적응하고 민간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더욱 유연한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이 2.0%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내년 세계경제가 3.4% 성장할 거란 I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를 분석 전제로 삼았다.
하지만 또다른 국책연구기관인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가 전날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3.2%로 제시한 걸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2.3%대 안착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