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홍진모)'은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 해방터 앞에서 국가 폭력에 희생된 홍콩 시민들을 추모하고,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의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연대하기 위한 서울대인 침묵 행진'을 열었다.
홍진모는 홍콩 사태의 진실을 국내에 알리고자 만들어진 모임으로 현재 서울대, 연세대, 숭실대, 부산대 등 대학생 3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행진에는 서울대 학생 13명이 참여했다.
침묵 행진은 약 20분 가까이 진행됐다. 이들은 홍콩 시위 '5대 요구안'을 의미하는 다섯 손가락을 핀 채로 홍콩 시위대의 노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에 맞춰 서울대 캠퍼스 내부를 행진했다.
학생들은 홍콩 시위 도중 최루탄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차우츠록'씨 등 시위 해상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검은색 옷을 입고, 검정 마스크를 쓴 채 '직선제를 실시하라', '송환법 완전 철폐하라',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하라' 등이 적혀 있는 피켓을 들었다.
홍콩 시위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을 말한다.
이들은 "국익과 정치적 문제라는 핑계로 홍콩의 진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권력자들의 침묵에 맞서 다른 침묵으로 홍콩의 진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침묵 행진' 취지를 설명했다.
홍진모 박도형 공동대표는 "홍콩 정부는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갖은 폭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다. 얼마 전 경찰의 폭력 진압에 의해 시위 현장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며 "이것은 명백한 학살시도다. 하지만 세계의 권력자들은 중국 정부를 두려워하며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서울대학생들은 홍콩의 자유를 위해 침묵하겠다.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추모하고, 정치적으로 목소리 낼 권리마저 빼앗긴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침묵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진이 끝난 후 홍진모 조성지 공동대표는 "우리에게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폭행 당하고 목숨의 위협을 받는 홍콩의 상황이 낯설지 않다. 1948년 4월 제주에서,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리고 1987년 6월 한국에서 비슷한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의 상황을 국내에 더 많이 알리고 국제사회의 여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오는 11월 23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대학생 집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벽'으로 이동해 홍콩 시민을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레넌 벽'은 체코에서 1980년대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학생들이 벽에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가사 등을 적으며 저항의 메시지를 쓴 것에서 유래했다.
앞서 6일 설치 된 서울대 레넌 벽이 주말 동안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 훼손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학교 측이 벽 보수공사를 위해 잠시 철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진모는 이날 레넌 벽을 재설치 하고 포스트잇 등을 통해 연대의 목소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