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등 권력, 언중위·방심위 이용 자제해야"

언론인권센터, 8일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실태' 토론 열어
국가 정치권력의 언중위·방심위 이용 행태 정보공개 청구 결과 발표
언론행정기관에 압력 행사해 언론의 자유 위축시키는 상황 주목
국가 정치권력 "언론행정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거버넌스 개혁·제도 마련도 필요성도 제기

언론인권센터(이사장 류한호) 주최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 2층에서 언론인권센터 제56차 언론인권포럼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실태, 이대로 괜찮은가-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최영주 기자)
정부, 정당 등 국가 정치권력이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언론행정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 신영기금회관 2층에서는 언론인권센터 제56차 언론인권포럼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실태, 이대로 괜찮은가-방송통신심의위원회·언론중재위원회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치권력이 언론 피해를 구제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언론행정기관을 잘못 이용함으로써 자칫 언론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제56차 언론인권포럼 자료집)
◇ 정치권력, 정치적 방어·위협 위해 언론행정기관 이용 지양해야

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실태-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청구 결과를 중심으로' 라는 발제에서 국가, 정당을 비롯한 권력이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압력을 행사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상황에 주목했다.

지난 2012년 1월 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국회·국회의원, 정당,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언론보도를 이유로 언중위에 조정 및 중재신청을 한 내용과 처리 결과 등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국회(국회의원, 국회사무처) 679건 △정당 91건 △국가기관 491건 △지방자체단체 765건 등으로 나타났다.

김하정 사무차장은 특히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딸의 KT 특혜 채용 의혹 등을 보도한 한겨레를 대상으로 총 14번의 조정신청(2018년 9월 14일~12월 24일) 내용과 국기기관 491건 중 157건(32%)이 경찰 관련 기관인 점 등을 들었다.

김 사무차장은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경찰과 군 기관이 다른 어떤 기관보다 압박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방심위를 상대로도 지난 2012년 1월 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국회·국회의원, 정당 등이 방송보도 내용 중 권리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민원 신청을 한 내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당, 정치인, 국회, 국회의원을 보도한 방송을 대상으로 심의 신청한 심의안건목록은 총 548건으로 나타났다. 언론인권센터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창극 총리 후보자 낙마 보도 등 당시 이슈가 되는 사안에 따라 민원신청 내용이 집중됐으며, 집권 정권에 따라 민원의 대상이 되는 방송사의 비율이 변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김하정 사무차장은 "정부나 국회의원 등은 국민에게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며 "공인과 공기관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정치적 방어와 위협을 위해 언론행정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제56차 언론인권포럼 자료집)
◇ 정치권력, 언중위·방심위 설립 목적 상기해야…거버넌스 개혁·제도 마련도 필요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이 갖는 의미와 제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성순 변호사(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장)는 언중위와 방심위의 설립 목적이 제일 중요하며, 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언중위는 일반 국민이 언론으로 인해 입는 피해가 너무 크기에 신속하게 구제하고자 하는 곳"이라며 "정당, 정치인, 국회, 국회의원, 국가, 기관 또는 단체의 경우 공인의 지위에서 공적 영역의 문제 제기를 당하는 경우 이를 언중위에서 전제하는 언론분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근원적으로 정당, 정치인, 국회, 국가 등의 언중위 이용은 단순히 기존에 가진 명예를 회복하고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하는 것을 넘는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라며 "방심위의 목적에 비춰도 정당, 정치인, 국회, 국회의원의 방심위의 무분별한 이용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일반 국민과 달리 국가 정치권력에게는 스스로의 입장을 발표하고 방어할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국가 정치권력의 언중위 제소나 방심위 심의 신청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심위 위원 9인 중 6인을 국회·정당이 추천한 자를 위촉하고, 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등 정당에게 부여된 다른 권한을 통해 위원회의 업무 수행에 관여할 수 있다. 이외의 방식으로 정당이 위원회 업무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위원회의 다수를 추천하는 여당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심의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스스로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준모 미디어언론위원장도 국가 정치권력의 언론행정기관 이용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영 절차나 위원들의 다양화나 개방화 등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언중위나 방심위도 국가나 다른 권력에 의해서 개입, 청부, 비공식적으로 결론을 유도하는 행위를 일체 처벌할 수 있는 독립 보장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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