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막말에 밤새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담담해진 유가족들은 이번 검찰의 재수사를 맞아 다시 한번 '진상규명'을 외친다. 그러면서 "그만하라"고 말했던 이들에게 되묻는다.
"세월호를 그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우리 가족들입니다. 한 점의 억울함 없이 다 규명돼 우리가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 수난과 좌절의 연속이었지만…"마지막 기회로 알고, 최선 다할 것"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부지, 이곳의 한 작은 컨테이너를 故 문지성 양 아버지 문종택 씨는 4·16 TV 방송실로 사용 중이다.
컨테이너 내부는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의 사진과 그림, 크고 작은 '노란 리본'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참사 관련 영상을 만들어 송출하는 문 씨의 목에는 아직 딸의 학생증이, 팔목에는 'REMEMBER 20140416'이 적힌 노란 팔찌가, 외투 곳곳에는 '노란 리본'이 달렸다.
문 씨는 지난 8월부터 매일같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 설치를 요구하며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오히려 역으로 문 씨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그는 "세월호를 그만 말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겠냐고 하면 가족들, 그리고 나 스스로다"라면서 "세월호를 그만 말 할 수 있다는 소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안다는 이야기인데 한 발짝만 더 들어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비아냥도 버텨냈지만 지난 세월의 고생을 떠올릴 때면 이따금 눈시울이 불거졌다.
문 씨는 "매 순간이 수난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5주기 때, 가족들 뜻(특수단 설치)을 제대로 듣고 약속을 지켜줬다면, 대통령께서 선출되기 전에 약속했던 (진상규명을) 가장 우선시해 줬더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이번 재수사를 앞두고 문 씨는 진상규명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설 각오를 다졌다. 참사 이후 매일 차곡차곡 모아온 영상, 문서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살피느라 요즘 밤새우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는 "2014년도에 한번 찾아왔던 기회를 우리는 놓쳤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며 "검찰과 특조위에서 놓치는 부분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연극으로 치유했던 나날…"지치고 아플 시간 없이 진상규명 하겠다"
故 곽수인 군 어머니 김명임 그리고 故 정동수 군 어머니 김도현 씨는 지난 2016년 3월 다른 희생자 및 생존자 어머니들과 극단 '노란 리본'을 창단했다.
김도현 씨는 "(재수사를 하면) 그 아팠던 기억들 다 끄집어내야 한다. 잊을 수 없지만, 바느질, 연극에 집중하면서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는 건데 다 조사받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섭기도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어머니들은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혀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현 씨는 "힘을 보태야 하면 보태고 증언을 하라고 하면 나서야겠다"며 "부모님들 500명의 기억이 모두 달라 그게 하나하나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다"며 "아직 세월호 유가족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며 웃어 보였다.
김명임 씨도 "지치고 아프고 사치를 부릴 겨를이 없다"며 "다들 나이가 들어가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기에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진상규명을 해내겠다"고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