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퀴' 돈 김우재 감독의 V-리그 적응기

이정철 감독 장기 체제 마치고 새 출발 나선 IBK기업은행

창단과 함께 부임한 이정철 감독의 장기 집권 이후 IBK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김우재 감독은 1라운드를 마친 뒤 팀에 부족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더욱 강조해 확실한 체질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사진=한국배구연맹)
오랜 집권 체제에서 이뤄낸 빛나는 성과. 그리고 그 후임이 짊어져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묘하게 닮아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전설적인 감독이 무려 27년간 지휘봉을 잡는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리그컵 우승 4회 등 수 많은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IBK기업은행 역시 2011년 8월 창단 당시 지휘봉을 잡은 이정철 감독의 지도 아래 두 번째 V-리그 참가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통합우승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차지하며 빠르게 V-리그 여자부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광의 순간이 길었던 만큼 그늘도 크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뒤 데이빗 모예스, 루이스 판할, 주제 무리뉴 등 명망 높은 지도자가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전임 감독의 위대한 성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퍼거슨 감독 재임 당시 유럽 최고의 명문클럽으로 꼽혔던 맨유는 어느새 그저 그런 클럽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전임 이정철 감독의 그림자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우재 감독에게 드리워진 모양새다. 강한 이미지의 이정철 감독이 물러나고 IBK기업은행을 맡은 김우재 감독은 온화한 이미지다. 지난 4월 부임해 IBK기업은행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새 시즌 V-리그 여자부 개막 후 1라운드 5경기에서 1승4패를 기록했다. 7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역전패한 IBK기업은행은 KGC인삼공사를 상대한 개막전에서 풀 세트 끝에 승리한 이후 4연패를 하는 동안 12세트를 내줬다. 가져온 세트는 불과 2세트뿐이다.

갑작스러운 부진의 이유가 선수단 구성의 변화는 아니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가 올 시즌도 함께 하는 데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떠난 고예림(현대건설)과 트레이드로 이적한 염혜선(KGC인삼공사)이 주축 중에 이탈한 선수다. 이들을 대신해 FA로 표승주가 합류했고, 김주향이 현대건설에서 넘어왔다.

V-리그 감독으로 첫 라운드를 마친 김우재 감독은 “내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범경기와 코보컵을 하면서 느낀 건 (다른 팀과) 큰 차이가 안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김 감독은 “연습 때 보여준 모습이라면 비슷하게 경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서 고전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비록 1라운드는 최하위로 마쳤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우재 감독 본인의 색을 더욱더 IBK기업은행에 입히기 위한 과정은 계속된다.

“감독과 스태프뿐 아니라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야 한다. 이 팀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 김 감독은 “내가 원하는 건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배구인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 팀에 와서 ‘이게 안 된다’ ‘저게 안 된다’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우리 팀은 공격이 상당히 좋다. 수비를 채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