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
◆ 박노자> 어서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어서 오십시오. 박노자 교수님, 저희가 매달 하는 <월간 박지원> 이런 코너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 박노자 교수님은 계절마다 한국에 오셔서 이렇게 출연하시니까.
◆ 박노자> 매 계절 방문. (웃음)
◇ 김현정> (웃음) <계간 박노자> 이런 코너를 하나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계절마다 한 번씩 오셔도 주제가 계속 바뀔 만큼 정말 다이내믹 코리아 아닙니까?
◆ 박노자> 너무 역동적이라서 사는 사람한테 탈이죠. 저야 재미있죠. (웃음)
◇ 김현정> 재미있으시면 안 돼요. (웃음) 아무리 밖에 사셔도. 오늘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 정말 오실 때마다 한국 사회를 향해서 아주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는 분이셔서, 저희가 모시고 있는데. 먼저 정치. 총선 앞두고 각당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재 영입도 하고 있고요. 총선기획단도 뜨고 있고요. 어떻게 보고 계세요?
◆ 박노자> 글쎄. 그런데 이제는 인재 영입으로만 과연 만사형통일까. 이런 생각도 있습니다. 사실 정당은 인재 영입. 그러니까 명망가, 뭔가 유명한 인물로 뭔가 승부를 가른다면 그건 과연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정치인가. 이런 것이 조금 의심이 듭니다.
◇ 김현정> 인재 영입, 어떤 스타 정치인 모셔오기가 과연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이제 그런 시대 아니다.
◆ 박노자> 감동을 주자면 정말 다수를 위한 정책을 내놔야 하고 뭔가 막힌 것을 뚫어야 하는데 그렇게 위대하고 유명한 사람을 모신다고 해서 막힌 것을 다 뚫을 수 있는 게 되지 않습니다. 스타파워라는 게 그렇게 만능이지는 않거든요.
◇ 김현정> 그래도 또 잘 뚫을 사람을 잘 골라서 모셔오면 그나마 좋겠는데 기대가 좀 없는 경우를 인재라고 모셔와서 더 탈이 난 경우도 있었어요.
◆ 박노자> 너무 많습니다.
◇ 김현정> 뭐냐 하면 요사이에는 가장 떠들썩했던 인물이 한국당의 1호 인재가 될 뻔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 이 얘기 들으셨죠?
◆ 박노자> 이 얘기 듣고 사실 저는 재미있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잖아요. 저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소름 끼쳤죠.
◇ 김현정> 소름 끼치셨어요?
◆ 박노자> 이 세상에 파쇼들이 어느 나라에 가나 다 있어요. 노르웨이에서도 한 파쇼가 100여 명을 사살한 일이 있지만 그래도 정치권, 주류 정치권에서 파쇼적 성향의 인물이 있어도 다른 데 같으면 그것을 좀 숨깁니다. 그러니까 독일 정치인이 예컨대, 본인이 싫어하는 좌파한테 “나는 너를 부헨발트 수용소 보내고 싶다. 한번 히틀러 수용소 갔다 왔으면 한다.” 이런 말을 하면 그러면 정치 그만두고 감옥 가야죠.
◇ 김현정> 공적인 자리에서 “나 너무 싫으니까 히틀러 수용소 가야 된다” 하면 이 사람은 바로 정치 끝이다?
◆ 박노자> 바로 감옥 가는 것이 아마 맞을 겁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삼청교육대가 엄격히 얘기하면 수용소였습니다. 강제 노동 수용소였고 사망률도 대단히 높았습니다. 죄 없이 죽은 사람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 자체가 죄가 성립돼야 되는데 그런 것도 안 하고. 그런 이야기해 놓고 이 사람이 만약에 국회에 입성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이건 재미있는 건 아니고 좀 슬픈 이야기예요.
◇ 김현정> 소름 끼치고 섬뜩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 박노자> 그렇죠. 재미가 있는 건 아니죠.
◇ 김현정> 독일에서 히틀러 수용소 보낸다고 말을 하면 그 자체가 죄가 되듯 삼청교육대가 한국 역사에서는 그런 곳 아니냐.
◆ 박노자> 강제 노동 수용소죠.
◇ 김현정> 이분은 거기가 극기 훈련하라는 뜻으로 거기 가라고 했다라고 하던데요? 극기 훈련 아세요?
◆ 박노자> 극기 훈련 저도 좀 해 봤습니다. 극기 훈련을 수용소에서만 할 수 있는 거 아니고 극기 훈련 자체가 인권 침해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곳이 한국에서는 초등학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말 그대로 병영 국가죠.
◇ 김현정> 병영 국가. 하기는 초등학교 극기 훈련, 중학교 극기 훈련 저도 받았거든요, 예전에.
◆ 박노자> 저도 받은 아이들 압니다. 그런데 이건 아동 학대예요.
◇ 김현정> 삼청교육대를 극기 훈련에 비유하는 거 자체를 우리는 뭐라 그랬는데 교수님은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극기 훈련이라고 해도 문제다. 극기 훈련 자체도 문제다?
◆ 박노자> 문제 정도도 아니고 범죄 행위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죠, 원하지 않는 사람한테 시키면.
◆ 박노자> 저는 사필귀정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갈 곳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애초에 번짓수를 잘못 찾아갔다는 말씀이세요?
◆ 박노자> 그러니까요. 잘못 찾아갔다가 이제 제 집으로 간 거죠. 그러니까 원래는 이민자라면 약자층이고요. 약자층이 사민당, 사회민주주의당 쪽으로 가는 것이 원래 통례입니다. 원래 그렇게 돼 있는 거죠. 노르웨이에서도 저 같은 이민자들이 약간 왼쪽에 있는 정당을 찍습니다. 사민당 격인 노동장 찍는 사람들 대다수고요.
◇ 김현정> 보통 더 진보적인?
◆ 박노자> 그러니까 약자인 만큼 당연한 거죠. 한국도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럼 애초에 왜 가셨을까요, 이자스민 전 의원?
◆ 박노자>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이 이민자 문제에 너무나 무관심이기 때문입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을 민주당에서라도 모셨어야 했는데 이런 데 대해서는 애당초 무관심했습니다.
◇ 김현정> 다른 당들이 무관심했기 때문에…
◆ 박노자> 시기상조라고들 다 이야기하고 있었죠.
◇ 김현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에서 이민자들.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 박노자>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출생률이 세계 최저 아닙니까. 그러니까 50년 지나면 다른 피부색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많지 않을 경우에는 이 수많은 노인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을 거고요. 이 사회를 운영할 사람 수도 부족할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오슬로 같은 경우에는 비서구 이민자 비율이 18%예요.
◇ 김현정> 18%가 이민자예요?
◆ 박노자> 오슬로 단독 도시만요. 그리고 비서구 이민자만요. 만약에 서구, 동구, 남구 이민자까지 3분의 1이 이민자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30%가?
◆ 박노자>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도 50년 후, 60년 후 그렇게까지는 안 돼도 그쪽으로 대단히 하여튼 많이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상당히 그쪽으로 가야만 이 사회가 유지될 것이다? 너무나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 박노자>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는 예전부터 한 민족, 한 민족 강조해 왔던 것도 있지만 또 외국인을 너무 많이 받아들였을 경우에 그 사회가 범죄라든지 이런 데 노출되지 않겠는가. 이런 두려움도 있는 거거든요?
◆ 박노자> 그게 특히나 극우 쪽에서 페이크 뉴스, 가짜 뉴스를 많이 유포해서 탈입니다만 실제 범죄율을 경찰청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범죄율보다 외국인의 범죄율, 주한 외국인의 범죄율이 한 2배 낮은 겁니다.
◇ 김현정> 한국인 범죄율의 2분의 1이에요?
◆ 박노자> 그러니까 그건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근거 없는 두려움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외국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문화 같은 게 마련이 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 과정에서 이자스민 전 의원이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거고.
◆ 박노자> 그러니까 한국을 위해서 그 미래를 만들어주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참 다이내믹한 한국 사회. 교수님께서 투표권이…?
◆ 박노자> 대한민국 대선에는 있습니다.
◇ 김현정> 있죠? 가지고 계시죠?
◆ 박노자> 네,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김현정> (웃음) 얘기 안 하셔도 돼요. 비밀 투표인데 그거까지는 얘기 안 하셔도돼요.
◆ 박노자> (웃음) 아니, 그게 공개하라면 공개할 수도 있어요.
◇ 김현정> (웃음) 누구 찍었는가는 얘기하지 마시고 정치 출마해 볼 생각은 없으세요, 박노자 교수님?
◆ 박노자> 저는 뭐라 그럴까. 투표도 계속하고 정당에 몸담고 있고 그렇지만 그게 제 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업은 아니라고 보세요? 워낙 한국 사회를 날카롭고 정확하게 보시는 분이라.
◆ 박노자> 사람마다 주어진 업이 있는 것이고요. 저는 제 업은 아무래도 글 쓰다가 죽을 팔자죠. (웃음)
◇ 김현정> 오슬로 대학교 박노자 교수 여러분 만나고 계십니다. 교육 얘기를 잠깐 해 볼게요. 우리가 1부에서도 자사고, 외고 폐지를 가지고 찬반 양쪽 인터뷰를 했고 또 최근에 정시 확대, 수시 축소. 그러니까 대학 입시의 방법을 놓고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중인데 한국의 입시 체계, 학교 체계, 교육 체계 어떻게 보세요?
◇ 김현정> 사실은 저도 그 생각을 하기는 해요. 어머, 저랑 똑같은 생각하셨네요.
◆ 박노자>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일반고 전환은 어떻게 보면 그러니까 특수층이 스카이로 몰려가는 것을, 스카이에서 그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그건 효과는 그렇게 크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인데.
◇ 김현정> 공교육 정상화하고 또 너무 이른 나이부터 입시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자. 이건 바른 방향이라고 보신다?
◆ 박노자> 물론이요. 거기에 일반고 전환이 돼도 사교육 받아온 애들이야 어차피 계속 받을 거고요. 어차피 그런 특수 계층 자녀들의 스카이 진학 비율이 계속 높을 겁니다마는 어쨌든 간에 정책 방향은 맞기는 맞습니다. 헌데 정시라는 게 실제로는 사교육 혜택을 많이 받은 특수 계층 자녀로서는 학종보다 정시가 더 유리할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상적으로, 이론적으로는 그런데요. 지금의 학종은 많이 왜곡이 돼가지고 학종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부 두루두루 여러 가지를 본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이 거기에도 침투를 했거든요. 그게 문제거든요?
◆ 박노자> 물론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비율로 본다면 예를 들어서 지방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올 때 정시보다 학종을 통해서 비교적 들어오기가 쉽다는 분석이 나오고요. 그리고 저소득 계층 학생들이 비교적 학종이 더 유리하다. 이런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런 분석도 있지만 또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많이들 선호하는 13개 대학에는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간다는 데이터도 또 있기 때문에 이게 쉽지 않은 문제예요.
◆ 박노자>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보면 이건 지금 정시나 학종 그런 걸 손질해서 문제 해결한다는 게 두통약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얘기하고 비슷한 얘기예요. 문제의 근본을 봐야 돼요.
◇ 김현정>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뭡니까?
◆ 박노자> 대학 서열화예요. 왜 스카이를 우리가 이렇게 하늘처럼 모셔야 합니까?
◇ 김현정> 스카이라서 그런가요, 스카이라서?
◆ 박노자> 그러니까요. 왜 스카이가 한국에서 사회를 압도해야 하는지 이게 근본 문제죠. 대학은 평준화돼야 합니다. 사실 대학 평준화 없이는 이건 정시 확대라든지 학종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든지 이 부분들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어쨌든 간에 그저 두통약을 먹고 암이 치료된다고 믿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 김현정> 정시 확대, 학종 확대 이런 논란은 어떻게 보면 좀 세부적인 거고.
◆ 박노자> 비본질적이에요.
◇ 김현정> 비본질적인 거고 본질은 지금 대학의 서열화가 문제다?
◇ 김현정> 그렇죠. 왜 이래야 하는가.
◆ 박노자> 특정한 대학이 국회에서 정당 하나 만들 정도로 이렇게 서울대가.
◇ 김현정> “서울대 출신 모여라” 하면 국회의원의 20%가 손드는 이게 정상인가?
◆ 박노자>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미국에 하버드 있고 일본에 동경대가 있지만 미국의 하버드대 출신, 일본의 동경대 출신들이 국회에서 정당 만들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문제입니다.
◇ 김현정> 그게 문제다?
◆ 박노자> 진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해서 서울대 폐지할 수 있느냐.
◇ 김현정> 서울대 폐지?
◆ 박노자>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파리 1대학, 2대학, 3대학 이런 식으로 만들자?
◆ 박노자> 바로 이 모델입니다.
◇ 김현정> 이게 공약으로 지난 대선에도 나왔습니다만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해가지고 쑥 들어갔던.
◆ 박노자> 아닙니다. 그러니까 사립대학 같은 견해는 법률적으로 사재산이기 때문에 그건 이제.
◇ 김현정> 사립대는 불가능하다.
◆ 박노자> 그건 정부로서는 어쨌든 현존 법체제로서는 좀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서울대는 독립 법인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공립 대학입니다. 공립대죠. 그러니까 평준화의 정책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우리는 서울 1대학, 어디 1대학, 2대학, 3대학 만들어놓으면 그중에서 또다시 1대학이 1위, 3대학이 2위. 이렇게 또 순위 만들어지는 거 아닐까요?
◆ 박노자> 번호 매긴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일단은 지원 같은 것을 동등하게 해 줘야 하죠. 지금 같은 경우에는 서울대 대학생 1인당 국가 국고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지방 국립 대학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것부터 고르게 해야 하고 교수 연구비도 그렇고. 국립 1번 대학은 예컨대 제주대학. 그리고 2번은 전북대, 3번은 전남대, 4번은 서울대 이렇게 하는 거죠.
◇ 김현정> 대학 평준화를 위해서 일단 그 근본 문제가 한 번에 해결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국가부터 노력을 해야 된다. 정부부터 노력을 해야 된다. 그런 지적이세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하여튼 외부에서 우리 교육을 보는 시각, 지금 얘기를 좀 들었고 또 하나는 조금 전에 전두환 씨 영상 밖에서 보셨어요?
◆ 박노자> 보고 참 웃을 일도 아닌데요. 울 일이죠. 학살해놓고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는가. 그런데 그렇게 뻔뻔스러워도 되는 이유는 그만큼 그를 비호해 주고 지켜주고 그가 그냥 무사안일, 무사하게 골프나 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계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그를 비호해 주는 계층이 있다.
◆ 박노자>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누군가를 삼청교육대에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여전히 국가의 인재. 소위 심층 국가, 군이라든가 보안 기관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의사는 아마 전두환 씨가 이렇게 골프 치면서 그렇게 좀 무사하게 지낼 것 같기도 합니다.
◇ 김현정> 어떤 분들은 또 그러세요. ‘아니, 이제 아흔 다 된 사람이고 어쨌든 예전에 재판받아서 죗값을 치른 사람 뭐 여태까지 그렇게 찾아다니면서 못살게 굴고 그러냐? 인정도 없느냐.’ 이런 얘기도 하시는데요?
◆ 박노자> 그런데 그런 것 같습니다. 96세, 97세도 돼도 아우슈비츠에서 사람 직접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직접 관련하지 않아도 보초만 섰어도 그 사람 재판받는 겁니다.
◇ 김현정>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에서 가스실 담당 아니라 그냥 수용소 보초만 섰던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97이 돼도 단죄한다?
◆ 박노자> 반인륜 범죄는 그게 기소 유예. 기소권이 소멸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완전한 학살이었고 그건 언제까지나 대형 범죄였고.
◇ 김현정> 대형 범죄죠.
◆ 박노자> 그건 대형 국가 범죄에 대한 기소권은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광주 학살의 죄인인데 아직도 자기가 그러지 않았다고 하고 헬리콥터에서 사살한 적 없다. 발포 명령 내린 적 없다고 하고 이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묻고 가야 한다?
◆ 박노자> 그건 법적으로 따질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그건 법적인 책임이고 어쨌든 죽은 사람, 사망자가 있고 범죄 사실이 있는데 그건 분명히 재판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이 법치 국가의 논리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계절별로 만나는 박노자 교수. 오늘도 참 여러 가지 우리 다양한 이야기들을 좀 더 어떻게 보면 멀리 떨어진 시각인데 더 정확해요. 듣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경색이 계속 가고 있어요, 교수님. 이 부분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 박노자> 그러니까 계속 가고 있는데 왜 가는가 하면 한국 쪽에서는 사실 물밑에서 일단은 관계 개선 작업을 또 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계속해서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이유는 일본 측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 김현정> 일본은 왜 이렇게 나오는 걸까요, 뭘 믿고. 그쪽에서 지금 관광 사업도 지역에 따라서 굉장히 어렵다고 하고 우리 불매 운동 불 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 박노자> 그런데 그건 말하자면 지방민들. 일부 지역, 특히 일부 지역에서 피해를 보고 그렇습니다마는 경색 노선으로 가게 된다면 득을 본 것이 누구냐. 기득권층. 예컨대 미쓰비씨중공업이라든가 만에 하나 한국이나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핑계로 대고 국방 예산을 늘릴 수 있다면.
◇ 김현정> 국방 예산을 늘릴 수 있는 기득권층이 있다?
◆ 박노자> 미쓰비씨중공업부터 시작해서 일본 재벌들. 그러니까 전범 기업이죠. 그들한테는 얼마나 이득이 많을 것인가. 이런 걸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도 힘 없는 지방민들을 희생시키고 재벌들을 위한 국방 예산 마련하는 전략이 아닌가. 이런 것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한일 관계 경색돼서 나쁠 게 없는 일본의 기득권층이 있다?
◆ 박노자> 재벌들한테는 좋을 것밖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밖에서 뭔가가 위협이라고 선정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실은 이 왜곡될 만큼 왜곡된 후기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런 세상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게 악마, 위협. 혐오와 위협이죠. 그래서 바깥에서는 위협이라고 거짓 선전할 수 있는 대상. 악마화할 수 있는 대상. 그런 대상이 있다면 그걸로 득 볼 집단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김현정> 군수 기업 그러니까 재벌 기업, 기득권층이 유리하고 정치로 봤을 때도 바깥에 외부의 위협, 악마의 대상이 있는 게 내부 뭉치는 데 유리한 거고요.
◆ 박노자> 그럼요. 왜냐하면 지금 보시죠. 일본도 지금 국가 기강이 엄청 해이된 것을 우리가 엄청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슈리섬 화재라든가 여태까지 잘 없었던 일본으로서는 사실 좀 독특한 거죠. 이런 사건, 사고들이 계속 나는데 자민당이 인기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여당에 계속에서 외부에 모종의 적을 두고 있으면 그들의 무능함을 그렇게 해서 숨기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럼 이게 나쁠 게 없군요. 한일 경색이 일본 기득권층한테는.
◆ 박노자> 아베 신조한테는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나쁠 게 없다는 게 문제인데 우리가 조금 참을성을 가지고 일본 시민 사회를 상대로 연대를 모색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 김현정> 결국 민간 차원에서 연대하고 우리가 받아내야 할 것들 받아내고 이러면서 풀어가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 박노자> 그럼요. 그리고 일본 민간 쪽에서는 분명히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 단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일본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좀 약자층, 지역민들은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 그들과 연대해야 되는 거군요.
◆ 박노자> 그럼요. 후쿠오카라든가 쓰시마라든가 한국 관광으로 득을 제일 많이 봤던 지역들. 그쪽 사람들이 아베의 정책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과 연대해서 일본 안에서의 문제가 풀리도록 하는 게 맞을 겁니다.
◇ 김현정> 언제 또 오십니까, 한국에?
◆ 박노자> 이제 잘되면 내년 2월달. 그러면 겨울이 되겠죠.
◇ 김현정> 겨울 박노자로 그때 한번 또다시 모시도록 하죠.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 박노자>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 한국에 잠깐 방문한 오슬로대학교 박노자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