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알려진 것은 피해 학생이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면서다. 해당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지난 1일 대자보를 붙이고 "지난 10월 29일 오후 7시 45분쯤 A 건물 1층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 피해를 당했다"고 알렸다.
피해 학생은 "화장실 맨 안쪽 칸을 이용하던 중 인기척이 느껴졌고 문틈을 통해 검은 형체를 발견했다"며 "그 형체의 움직임을 쫓았는데, 곧이어 문 밑으로 들이 밀어지는 휴대폰 카메라를 보게 됐다"며 놀란 마음을 적었다.
이어 "저는 제가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우리나라에 '몰카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앞으로 이 기억을 죽는 순간까지 잊지 못하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선후배와 동기가 저와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자보에 따르면 몰카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는 글 게시자와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 피해자는 "단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 없고 같은 수업으로 얼굴만 아는 학생에게 '화장실 몰카 범죄'를 당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충격을 전했다.
재학생 강효정(여.20)씨는 "제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하다"며 "앞으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재학생 김모씨(여.24)는 "저도 가끔 이용하는 건물이라서 관련 소식을 듣고 너무 당황스러웠고 황당했다"며 "경찰은 그저 '안전하다', '검증했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제대로 형사처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몰카 범죄가 발생한 화장실은 '안심 화장실' 스티커가 붙여진 곳이어서 학우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릉경찰서와 강릉시 등 유관기관은 불법 몰카 촬영을 단속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중화장실 등 몰래카메라를 점검·단속한다. 피서철에는 동해안 해수욕장 공중화장실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때로는 대학교나 초등학교 등 학교시설 내 화장실 몰카 점검도 진행한다.
해당 화장실 역시 올해 두 차례나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이 이뤄져 '안심 화장실' 스티커까지 붙었지만, 버젓이 몰카 범죄가 발생하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임준형(20)씨는 "타인의 신체를 허락없이 촬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위배되고, 개인 권리도 침해하는 것인 만큼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스티커 부착은 아무래도 경고는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까지 막을 수는 없어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경찰과 전문가 등이 협동해 민간인에게 홍보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보다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학교에서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은 몰카를 찍었다고 지목된 학생의 핸드폰을 압수,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