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 여성의 호소.."투병 부모 부양하게 해주세요"

[앵커]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이 투병중인 부모를 초청해 치료를 받도록 했으나 부모의 체류기간이 끝나 강제출국 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는 결혼이주민의 부양권을 차별한 것이라며 기독교단체가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송주열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한국에서 17년째 거주하고 있는 결혼 이민여성 A씨는 투병중인 부모를 한국에서 부양하고 싶다고 호소한다. 7일이면 이민자 부모에게 주어지는 체류 기간이 만료돼 A씨 부모의 항암 치료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진은 A씨와 남편, A씨의 부모, 두 자녀의 모습.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A씨는 2002년 중국 유학생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온 뒤 17년째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 이민 여성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 해 2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한국살이가 낯설지 않은 A씨.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몸이 불편한 자신의 부모를 부양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며슬픔에 잠겼습니다.

중국에서 A씨를 무남독녀로 키운 A씨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거동이 불편한 데다 고혈압과 시신경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유방암을 앓은 적 있는 A씨 어머니는 올해 4월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 A씨 어머니(68세) / 중국
“미세먼지도 심해서 늘 휴지를 가지고 다녀요. 기침이 계속 나오고 숨이 차요. 계속 가래가 끼고 가래 때문에 계속 물을 먹어야 합니다.”

A씨는 지난 2015년 1월 결혼 이민자 자격으로 몸이 불편한 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해 지금껏 부양해오고 있지만, 더 이상 부양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결혼 이민자 부모의 국내 체류 가능 기간이 최대 4년 10개월까지기 때문에 오는 7일이면 A씨 부모는 더 이상 한국에 체류할 수 없습니다.

이미 예약한 항암 치료 일정도 취소해야 할 상황입니다.

A씨는 중국에 가면 요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부모님을 곁에 모시고 지낼 수만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결혼 이민여성 A씨 / 경기도 김포시
“부모님은 아프고 어린 자식이 있고, 중간에서 몸을 둘로 나눌 수도 없고.. 어떻게든 도와주세요. 저도 효도할 수 있게 부모님 옆에서...”

그러나 행정당국은 다른 체류 자격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체류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통보 해왔습니다.

다만 1년 범위 안에서 치료 목적의 비자는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이주노동재단 안대환 목사는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만큼 근본적으로 결혼 이민자 부모의 부양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보장되는 부양권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안대환 목사 / 한국이주노동재단
“항암치료중인 부모를 중국으로 돌려보내게 되면 그건 버리는 것과 똑같거든요. 부모를 버리라고 하는 것은 인륜이나 도덕이나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위반되고 유엔의 인권조항에도 위반된다고 보는 거죠.”

안 목사는 인천출입국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결혼 이민여성 A씨 부모의 부양권을 인정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BS뉴스 송주열입니다.


영상취재 정선택
영상편집 서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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