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나와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들의 절실함과 한국당에 대한 절망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최근 며칠 사이 더욱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 당은 이분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되고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공간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자리를 좀 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우리 당에 빈 틈새라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지지층에 안주하지 말고 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계신 중도 개혁층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기존의 생각 틀과 인맥을 깨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당을 이끌고 선거연대를 포함한 보수 대통합의 행보도 본격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내가 당선되어 당에 한 석을 더하는 것보다도 내가 희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당의 지지율을 0.1%라도 끌어올리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동료 후보들이 100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례대표 초선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유 의원은 또 "저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 여러분이 나서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제가 연 작은 틈새가 당의 쇄신과 혁신으로 통하는 큰 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오늘 제 결심과 앞으로 당의 노력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하거나,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와 같은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는 언제라도 의원직까지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유 의원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를 맡았던 것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혁신 의지를 보이겠다는 취지로 불출마 선언을 내놨었다.
이번에는 당내 곳곳에서 쇄신론이 쏟아져 나오지만 스스로 직을 내려놓겠다는 사람이 없고, 지도부에서도 뚜렷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입장을 더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페이스북에도 공개된 것이지만 정론관에서 (회견을) 한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권위 있는, 책임 있는 발언이어야 한다"며 "불출마 선언을 넘어 당 쇄신과 정국 변화과정을 보면서 사퇴까지를 결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링 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으로서 누구를 먼저 내려가라고 하기에는, 초선 비례의원으로서는 너무 큰 이야기"라며 인적쇄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이번 불출마 선언은 황교안 대표가 직접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정치권에서 제기됐지만 유 의원은 "원내대표께 지난주에, 당대표께 지난 월요일(4일)에 제 입장을 먼저 전달했고, 제 의견을 존중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