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첫 '중진 용퇴론'…불씨 확산되나

친박계 김태흠 "영남권, 강남3구 3선 이상 험지 출마 혹은 용퇴"
처음 터진 '용퇴론' 당내 환영 분위기, 당사자들은 '불쾌'
초선 의원 모임 예정, 후속타 이어질까 주목
보수대통합 촉구도…"유승민 데려와야"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재선, 충남 보령시서천군)이 '영남권·서울 강남3구 3선 이상 용퇴론'을 공개 제안하면서 '혁신' 목소리에 신호탄을 쐈다. 그간 당내에서 흐르던 인적쇄신 요구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셈이다.


불출마 선언은 전무하고 주요 주자들이 '험지'는 커녕 '양지'를 살피는 당 분위기 속에 '용퇴론'은 큰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이다. 최근 당 투톱(황교안·나경원)의 실책이 잇따르는 상황도 혁신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의원에 이은 후속타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 처음 터진 '중진 용퇴론'…당내 '환영' 목소리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며 "당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이상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면 대인호변(大人虎變·큰 사람은 호랑이와 같이 변한다는 뜻)의 자세로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현역 의원은 출마 지역과 공천 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 저부터 앞장서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원외와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언급은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대권 주자임에도 영남권 출마를 검토하는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남권과 강남 3구 3선 이상에 해당하는 의원은 ▲서울 강남갑 이종구(4선) ▲부산 김무성(6선), 김정훈·유기준·조경태(4선), 김세연·유재중·이진복(3선) ▲대구 주호영(4선) ▲울산 정갑윤(5선) ▲경남 이주영(5선), 김재경(4선), 여상규(3선) ▲경북 강석호·김광림·김재원(3선) 등 16명이다.

김 의원은 혁신을 공개 요구한 배경과 관련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저의 소신이기도 한데, 총선기획단이 출범하고 공천 작업이 들어가는 시기이기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최근의 인재영입 문제까지 지도부가 커다란 그림과 로드맵 없이 가는 부분이 문제로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당은 혁신은 커녕 잇따른 '실책'으로 타격을 입었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 퇴진에 공을 세운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수여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천 가산점을 언급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황 대표의 경우 당 공식 유튜브에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 동영상이 올라가 '품격없는 보수'라는 비판을 받았고, 최근 인재영입 과정에서 '박찬주 논란'까지 불거져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출범한 총선기획단도 영남권, 친황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며, 인적 구성이 다양한 더불어민주당에 시작부터 밀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밑에 흐르던 쇄신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온 것에 당내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의미있다는 반응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연히 나와야 하는 말이고, 이제 시작이다"며 "핵심은 황 대표의 대답이 나와야 한다. 인적혁신이 민주당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수치를 제시하고, 공정하고 과감한 전략공천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황 대표가 대답이 없으면 저도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영남권 초선 의원은 "근본적 취지에 동감하고 지도부의 정치력이 필요한 문제"라며 "통합과 외연 확장 등을 통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인적쇄신에 나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후속 목소리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한국당 초선모임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김 의원 기자회견 후 초선의원 단체 채팅방에 모임을 제안했다. 이들은 7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중진 용퇴론 등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다만 용퇴론의 당사자가 된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김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저런 소리를 하느냐"며 "진정성이 있으려면 자기가 먼저 해야 한다. '퍼스트펭귄'은 먼저 뛰어내리는 펭귄이지, 말을 먼저하는 펭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친박 나발을 불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 무슨 쇄신이냐. 친박 프레임부터 반성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보수대통합 촉구도…黃 "충정에서 하신 말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소상공인 정책평가'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 의원이 이날 용퇴론을 포함해 던진 '보수대통합' 촉구도 울림을 주는 모양새다. 그는 "보수우파 대통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먼저 당의 가치 재정립과 미래 비전 제시가 우선해야 한다"며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보수 대통합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통합이나 중도까지 아우르는 큰 통합이 된다고 하면 (황 대표가) 지도자급의 한 사람이 아닌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는 생각을 갖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라는 뜻이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통합 촉구를 매우 의미있게 평가한다"며 "황 대표는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 측은 용퇴론 및 통합 요구에 환영의 뜻을 비치고 있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당을 위해 이렇게 얘기해준 것이 매우 고맙다"며 "영남권 3선 이상 용퇴론, 통합 촉구 등을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의 '험지 출마'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이다. 또다른 측근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대표의 역할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무조건 험지에 나가라는 요구는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요구는) 당의 미래를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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