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1월 5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관용>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하겠다.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이철희>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뭐가 그렇게 창피했어요?
◆ 이철희> 많았죠.
◇ 정관용> 뭐가 제일 핵심적으로 창피했어요?
◆ 이철희> 다른 사람 눈에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 심하게 말하면 꼴이 이렇게 비칠까. 그게 국정감사 가서 감사는 안 하고 여야 국회의원들끼리 고성 지르면서 싸우는 모습, 이런 것들이 가장 창피하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치가 많이 거칠어져 있는 모습 또 성과는 잘 안 나는 모습, 이런 것들이 어디 가서 그래도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뭔가 나랏일하면서 좀 봉사한다 이런 자부심이 생겨야 되는데 국민들 보기 민망하고 이런 생각이 자주 들어서 길 걸을 때는 고개를 안 들고 되게 숙이고 다니는 편이라 많이 창피했죠.
◇ 정관용> 이런 질문 많이 받았을 텐데. 사실 정치 인생으로 따지면 길잖아요.
◆ 이철희> 그렇죠.
◇ 정관용> 몇십 년 되죠?
◆ 이철희> 93년에 제가 국회를 들어갔으니까.
◇ 정관용> 국회 보좌관으로.
◆ 이철희> 제가 정치한 건 아닙니다마는 정치 언저리에 있었죠.
◇ 정관용> 어쨌든 정치 언저리에 93년부터. 그리고 청와대에도 있었고. 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있고. 그렇죠?
◆ 이철희> 네.
◇ 정관용> 그러니까 거의 30년 가까이 계속 정치권에 있었잖아요.
◆ 이철희> 왜 몰랐냐 이 질문하시려고.
◇ 정관용> 왜 몰랐어요, 이런지 몰랐어요?
◆ 이철희> 솔직히 고백하면 이 정도일 줄 몰랐습니다. 대개 국회의원이 정치의 주역이잖아요. 나머지는 다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니까 정치인들만이 알 수 있는, 국회의원들만이 알 수 있는 세계가 또 있어요. 그들의 리그가 또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처음 봤겠군요.
◆ 이철희> 그건 제가 볼 수 없어서 처음 본 것도 있고 정치가 탄핵 이후에 많이 거칠어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당한 쪽은 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었겠지만 언제든지 표출할 정도로 정서가 굉장히 거칠어져 있고. 또 저희는 저희대로 촛불의 민심이 그랬기 때문에 적폐청산이라는 걸 또 하면서 갈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고 그런 거 저런 거 지나면서 저희가 조금 이제 흠이 잡히거나 틈이 생기면 당했던 쪽에서는 공격을 더 거칠게 나오고 더 험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서적으로 험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 토양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던 거고 게다가 지금은 국회 구조가 야당이 반대하면 저희가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가 야당으로 들어가서 여당이 됐거든요. 저희가 야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마는 제1야당이 반대하면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 정관용> 아무것도 못 하죠. 국회선진화법 덕분인지 때문인지.
◆ 이철희>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야당이 이러면 대개 타협을 할 거다. 협상이 더 활성화되지 않겠냐 이른바 협의민주주의가 가능하지 않겠냐 그랬는데. 결과는 정반대예요.
◇ 정관용> 반대로 갔다?
◆ 이철희> 이른바 닥치고 반대입니다. 그러면 여당이어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러면 말로 공격하는 것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침에 각 당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에 회의를 하잖아요. 기자들 불러놓고 회의하고 모두발언이라는 걸 대표도 하고 최고위원들도 주로 하잖아요. 그러면 한 90%는 상대 당 공격하는 얘기입니다. 그게 다 대부분의 당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대변인 논평도 대부분 상대방 공격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긍정이나 자기 얘기는 별로 없고요. 상대 공격하는 얘기밖에 없으니까 이건 거의 복싱경기죠. 정치가 일종의 장기자랑, 내가 더 잘하는 걸 보여주면 되는데 상대를 때려눕히는 복싱경기처럼 되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 걸 적대적 공존관계라고 부르죠?
◆ 이철희> 그렇습니다.
◇ 정관용>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욕해야 하기 때문.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 나라를 이렇게 좋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욕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 이런 거잖아요, 지금.
◆ 이철희> 좋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욕을 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되는 거죠.
◇ 정관용> 알았습니다. 게다가 아까 언급하신 대로 탄핵 이후에 더 거칠어졌다라고 했는데 조금 더 거슬러 가보면 노 전 대통령 서거. 또 그것을 그쪽 진영에서는 검찰에 의한 타살, 이런 식의 규정을 하고 탄핵도 어찌 보면 정치적 타살이다라는 식으로 그쪽 진영에서 부르고. 그러면서 이성과 합리의 정치가 아니라 감정과 분노, 나아가면 조롱의 정치식으로 문법이 변화한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한편에서.
◆ 이철희> 맞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철희> 한편의 조롱, 한편의 저주 이 두 개가 사실 우리 정치를 규정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성의 합리가 사라졌어요.
◆ 이철희> 숨 쉴 공간이 별로 없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건 어찌 보면 퇴행 아니에요, 정치 퇴행?
◆ 이철희> 퇴행이죠.
◇ 정관용> 10년 전에 비해서 더 나빠진 거 아니에요?
◆ 이철희> 나빠졌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철희> 네. 성과도 별로 없죠.
◇ 정관용> 그런데 이런 적대적 공존관계다 또 감정, 분노, 조롱의 정치다, 이런 얘기를 할 때 그럼 이걸 어떻게 할까요라고 말하면 이건 정말 학계에서 말하는 교과서적 해법이에요. 권력을 가진 쪽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항상 말합니다.
야당도 물론 권력이 있으나 집권당이 더 권력이 있어요. 집권당과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보통 교과서적으로 주문하거든요. 그런데 별로 안 변한 것 같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당도 90%가 야당 욕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는. 대통령도 가만히 듣고 보면 야당 탓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거 안 변한 것 같거든요.
◆ 이철희> 그건 그렇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좀 항변을 하자면 대통령께서 이러저러한 노력을 많이 하죠. 지금 눈에 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제안들이나 좀 이렇게 도와달라는 요청도 하고 많이 하는데.
◇ 정관용> 보이지 않게 야당에게 도와달라고도 한다고요?
◆ 이철희> 하죠. 많이 하죠. 이렇게 저렇게 많이 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뭘 하다가 물밑에서 많이 해 보다가 잘 안 되면 싸움으로 확 터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마는 저희라고 해서 집권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우리가 모르겠습니까? 이렇게 저렇게 해보려고 많이 하는데. 우리가 해 보려고 하는데 야당만 탓하는 거냐 이렇게 또 나무라실 수 있겠지만 그런 뜻은 아니고요. 저희가 해 보려고 하는데 성과가 안 났으니 결국 저희가 덜 뭔가 부족한 건 분명한 거니까 저희가 비중으로 따져도 더 많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굳이 항변하자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거 아닙니까? 정치라는 게 상대가 있는 게임인데 한쪽만 달라져서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치는 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지금 개혁의 물꼬를 터야 된다. 총선 때마다 40%, 50% 물갈이 왕창 하잖아요. 그런데 정치는 자꾸 더 나빠진다고 하니.
◇ 정관용> 똑같죠.
◆ 이철희> 물갈이만 가지고는 답이 안 나온다는 거죠. 그러면 이른바 판갈이를 해야 되는 거죠. 판은 어떻게 바꾸냐. 제도와 구조니까. 법을 바꿔서 정치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다르게 구축하는 게 답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거법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고 저는 공수처도 정치를 바꾸는 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저러하게 우리 사회나 정치권에서 해법으로 제시한 것들을 풀어내면 조금 정치가 나아질 거라고 보고요. 저는 선진화법 개정해야 된다고 봅니다.
◇ 정관용> 우선 선거법 얘기는 선거법 개정을 하면 그것의 논리적인 목표가 절대 다수 의석을 갖는 당이 없도록 하자. 그래야 협치가 가능해진다 이거잖아요.
◆ 이철희> 네.
◇ 정관용> 그런데 사실은 지금 19대, 20대 국회 구성을 보면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없어요. 그런데 협치가 안 돼요. 그건 왜 그런 거예요?
◆ 이철희> 그러니까 협치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있으면 이건 안 할 수가 없는데 지금은 우연히 만들어진다고 보는 거죠.
◇ 정관용>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거다.
◆ 이철희> 처음에는 양당제, 우리가 크게 보면 양당제잖아요. 그런데 항상 3당 또 크게 보면 4당이 존재해 왔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일시적인 정당이라고 보거나 또 지금의 의회 지형은 떨어져나오신 분들, 한국당에서 떨어져 나온 분들까지 해서 이합집산이 좀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협치를 제도적으로 강제한다기보다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거고요.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탄핵과 촛불 이후에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하면서 구태와 적폐를 해소하라는 요청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거기에 응답하다 보면 사실 협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게 사실입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저희가 협치를 해 보려고 움직였지만 그때는 상당히 감정이 이미 틀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또 협치의 방식에 대해서 서로 익숙하지 않고 또 협치를 강제하는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거든요.
◇ 정관용> 알겠어요. 너무 거슬러간 질문인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겁니다. 집권 초반에 탄핵연대를 가동해서 조금 노골적인 표현, 청취자들 이해 쉽게 하려면 통일부 장관 정동영 대표 시키고 심상정 대표 노동부 장관 시키고 그렇게 탄핵연대식의 협치 구조를 만들어서 자유한국당은 조금 패싱하더라도 과감한 개혁입법 등등에 더 드라이브를 걸었더라면 뭔가 국면들이 바뀌지 않았을까. 왜 집권 초반에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선택을 안 했을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이철희> 당내에서도 그 아쉬움을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택이라고 보는데요.
◇ 정관용> 물론.
◆ 이철희> 대통령께서도 저는 고민하셨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탄핵연대로 갈 거냐 아니면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청산으로 갈 거냐. 이른바 국정 운영의 프레임을 뭘로 가져갈 거냐 고민했을 텐데 대통령은 적폐청산 프레임으로 가져간 거고 저는 1년 정도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조금 길어진 게 저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그런데 그건 이 프레임이 적폐청산 프레임이 길어진 건 완전히 대통령만의 탓이냐,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법농단이 마지막에 적폐 프레임이 작동할 때 마지막에 터지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늘어진 측면도 있고 해서 그런 것이고요. 그 당시에 만약에 저희가 이른바 탄핵연대라는 걸 계속 이어서 개혁연대, 입법연대를 했으면 좋았겠다라고 하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을까. 저도 상당히.
◇ 정관용> 퀘스천 마크죠.
◆ 이철희> 저도 상당히 그 전략, 그 프레임이 설득력이 있겠다라고도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실행했을 때 과연 이게 가능했을까.
◇ 정관용> 가동됐을까.
◆ 이철희> 워낙 지금 이견들이 있는 걸 보면. 그러니까 이게 이견 수습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적폐청산도 못하고 입법도 안 되고 중간에 우왕좌왕하는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
◇ 정관용> 사실은 선거법하고 검찰개혁 관련법 패스트트랙에 올린 게 탄핵연대의 복원이잖아요.
◆ 이철희> 일부.
◇ 정관용> 일부 그걸 시도해 본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2건에 한해서만 어떻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다 보니 이게 지금 뭔가 매끄럽지 못했는데 초반부터 그런 걸 제대로 시스템화했더라면.. 이런 아쉬움인 거죠.
◆ 이철희> 있죠. 당연히 있습니다. 그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패스트트랙 올린 건 양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원했던 선거법. 선거제도 개혁과 저희가 원했던 공수처나 검찰개혁법안 2개가 연동된 거잖아요. 연계된 거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선거제도 바꾸자라고 갔으면 촛불민심하고 딱 맞는 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 단점도 일부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건 그렇고 선거법하고 검찰개혁법 이게 솔직히 말해서 이미 물 건너간 거 아닙니까?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 투표받아서 통과시킬 수 있어요?
◆ 이철희> 있습니다.
◇ 정관용> 가능해요?
◆ 이철희> 네. 지금 말씀하신 것과 정반대로 저는 그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철희> 네.
◇ 정관용> 의원 정수 10% 확대 이런 거 포함해서?
◆ 이철희> 의원정수 확대는 어렵습니다.
◇ 정관용> 어렵죠?
◆ 이철희> 현실적으로.
◇ 정관용> 그런 거 안 하고서.
◆ 이철희> 안 하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데.
◇ 정관용> 다른 야당들이 동의한다고요?
◆ 이철희> 제가 협상해 본 바로는 가능한데. 가능한데. 문제는 한국당입니다. 한국당은 지금 일체 협상을..
◇ 정관용> 다 안 된다는 거죠?
◆ 이철희> 그렇죠. 그러면 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를 할 거냐. 그런데 또 일부 주장하는 것처럼 게임의 룰인데 그걸 어떻게 표결 처리하냐, 합의 처리해야지. 이 주장도 있거든요. 이 선택의 고민이 남아 있을 뿐이지.
◇ 정관용> 표결로 가도 저는 안 될 것 같은데요.
◆ 이철희> 됩니다.
◇ 정관용> 대안신당 쪽에서 지역구가 그렇게 줄어드는데 동의한다고요?
◆ 이철희> 그건 얼마든지 협상 과정에서 가능합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철희> 네. 제가 역으로 물어보고 싶은 게 게임의 룰인데 누가 봐도 게임의 룰인데 이걸 표결 처리하는 게 맞을까요? 설사 하면 좋다고 칩시다. 왜냐하면 저희는 민주당한테 득이 되는 게 아니라 손해 나는 거니까.
◇ 정관용> 표결 처리 안 하려면 자유한국당도 동의할 안을 만들어야 되잖아요.
◆ 이철희> 그러면 개혁이 안 되죠.
◇ 정관용>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 이철희> 그렇죠. 그러니까 그 선택만 남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표결 처리로 가면 가능하다?
◆ 이철희> 네.
◇ 정관용>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왜 그렇게 낙관하시는지?
◆ 이철희> 낙관이 아니라 내부에서 이렇게 들여다보면 그걸 가지고 과반을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제가 자꾸 말씀드리는 결정적인 고민은 이걸 151석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밀어붙일 거냐 아니면 게임의 룰인데 특정 정당이 결사적으로 안 된다고 하니 이번에 참을 거냐. 그리고 총선에 물어볼 거냐,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거냐 누구 말이 맞냐 이렇게 할 거냐. 이런 고민을 저희가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마는 151명을 만드는 것, 과반을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 정관용> 저는 그거 안 될 것 같고.
◆ 이철희> 그래도 제가 안에 있는 사람인데 제 말이 맞죠. (웃음)
◇ 정관용>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결국은 총선에 묻자라는 식의 결론을 내려놓고 자유한국당 탓하려고 지금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 이철희>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만약에 강행을 했을 때 되면 저희는 자신 있는 게 뭐냐 하면 우리 당도 손해다, 당으로 보면 우리 당이 제일 크게 손해보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당도 손해지만 개혁을 위해서 이걸 한다, 이런 명분으로 설득을 해 볼 텐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게임의 룰인데 마음대로 하면 안 되지 이러면 어떡합니까?
◇ 정관용> 불출마 선언하고 나서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의 문제점 앞으로 좀 더 얘기하겠다, 386세대 문제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고 등등 얘기를 좀 몇 번 들었어요, 인터뷰에서. 지금 다시 한 번 본인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뭐예요?
◆ 이철희> 제가 민주당의 쇄신을 얘기하니까 민주당이 마치 이상한 정당이거나 철 지난 정당인 것처럼 오인하는데. 저는 다 다른 정당 다 뭉뚱거려서 말할 수 없는데 큰 정당 2개를 놓고 말하면 저는 민주당이 훨씬 좋은 정당이고 나은 정당이라고 확신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저는 하고 있다고 봐요. 이번에 총선기획단을 구성한 것만 봐도 어느 정당이 더 시대 흐름을 알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집권당이기 때문에 또는 진보가 다수파, 영어로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메저리티(Majority)를 만들려면 지금보다도 더 포용성이 넓어져야 하고 역동성이 커져야 되고 또 강한 정당으로 바뀌어야 된다. 그러려면 일신우일신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 무거운 건 털어내고 잘못된 건 정리하고 새롭게 해서 면모를 일신해서 가야 우리가 총선에서도 이기고 더 강해진다는 말씀이지 듣다 보면 민주당이 큰 문제 있는 것처럼 자꾸 이렇게 하니까.
◇ 정관용> 자유한국당보다 훨 낫다, 그 전제 위에서. 그래서 뭘 고쳐야 합니까?
◆ 이철희> 저희 당이요, 활력이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구체적 방법이.
◆ 이철희> 저희가 원팀이라는 걸 많이 강조하잖아요. 열린우리당 시절에 내부갈등, 분열 때문에 워낙 트라우마가 강해서 원팀 정신을 강조하는 건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금 말장난을 하자면 이 원팀도 창조적 원팀, 역동적 원팀이 돼야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내부 여론이 더 많이 활성화돼야 됩니다. 그렇잖아요. 그래서 저는 당내의 논의 구조를 좀 열자. 중진은 중진대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열어주고 초선들도 이제는 소장파로 거침없이 당의 문제는 건강하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열어주는 게 가장 시급한 것 같고요. 그것이 열리면서 총선에서 20~30대 대거 진입하는 구조, 물갈이도 가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패스트트랙에서 선거법도 바꾸고 제도도 바꾸고 하면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지금처럼 죽기살기로 싸우는 정치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물론 자유한국당도 함께 손뼉 마주쳐줘야 하죠, 그거야. 그런데 먼저 민주당부터 그런 식으로 활력을 불러일으키자.
◆ 이철희> 네.
◇ 정관용> 이해찬 대표 책임론을 잠깐 언급하다가 갑자기 쏙 좀 조용해졌어요.
◆ 이철희> 책임론이라는 게 대표로서의 쇄신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을 한 건데.
◇ 정관용> 주문.
◆ 이철희> 마치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라, 이런 요구로 오해받는 점도 있어서 저는 사퇴는 아니거든요.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쇄신 요구에 응답하고 있다고 보세요, 일단은?
◆ 이철희> 네. 우선 사과했고요. 그다음에 총선기획단 띄우면서 파격적으로 했습니다.
◇ 정관용> 파격적으로 했죠.
◆ 이철희> 여성과 청년이 15명 중 9명이나 차지하고 있어요. 우선 숫자로 보더라도 많이 들어갔고요. 또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출범한다는 얘기는 총선이라는 게 대개 회고적 투표잖아요. 과거에 대한 걸 투표하는데. 다음 이른바 차기 주자들, 차기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면 이게 전망적 투표가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 정관용> 자기가 좀 뒤로 빠지고 선대위 체제로 가겠다.
◆ 이철희> 저도 그건 큰 양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쇄신의 큰 물꼬는 트고 가고 있다, 로드맵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그걸 제가 생각하는 기대만큼 속도가 안 난다고 해서 제가 마치 현인인 양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죠.
◇ 정관용> 이른바 86 중진급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철희> 물러서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나이로 보면 86세대인데요. 너희들 잘못했으니까 이제 집에 가라 이런 청산론. 이건 좀 별로.. 억울할 것 같아요. 그런데 386이 2000년쯤부터 국회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총선 출마하고 국회에 들어왔으니까 얼추 20년 되는 거 아닙니까? 그 정도면 정치세대, 한 세대를 보더라도 어지간히 한 겁니다. 그렇다고 386은 무조건 도매급으로 무조건 물러나라는 건 아니고요. 기존의 자리를 비켜줘야 새로운 분이 들어올 수 있는 거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냐. 그러면 저는 386이 학생운동할 때, 민주화운동할 때 그 열정과 책임감으로 한다면 저는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지금 이게 역으로 386의 역할론이라고 제가 규정을 합니다. 물러서면 20~30대가 새로 들어와서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문제 제기를 하면 한국 정치가 많이 달라질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86중진급, 이미 중진이라고 불려지는.
◆ 이철희> 이제 중진이죠.
◇ 정관용> 3선, 4선. 옛날 민주화운동할 때 정신이 살아 있나요?
◆ 이철희> 살아 있죠.
◇ 정관용> 그런가요?
◆ 이철희> 그럼요.
◇ 정관용> 그러면 이철희 의원의 요구에 아마 응답하겠네요?
◆ 이철희> 사석에서 얘기하면 그런 것에 대해서 흔쾌히 합니다. 그런데 쫓아내듯이 청산대상이듯이 몰아내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한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텐데 저는 그렇게 강압하지 않고도 이분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역할을 그렇게 정리할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채울 때가 아니라 비워줄 때거든요. 저희 역할은, 386 역할은 비워줄 때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반대로 이철희 의원을 향해서도 그렇게 그만두고 불출마하고 나가는 거 그게 제일 쉽다, 그 선택이. 그 자리에 오히려 다른 당,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 사람이 의원이 돼버리면 어떡하냐. 이철희 의원같이 그래도 선거에 붙어볼 만한 의원들이 여전히 계속 뛰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버텨줘야 되는 거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철희> 상당 부분 인정합니다. 저도 평론가로서 누군가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평가하라 그러면 그렇게 얘기했을 겁니다. 더 버텼어야지 무슨 소리냐 이렇게 얘기했을 텐데. 그 모든 것의 전제는 그 사람이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느냐 이건데.
◇ 정관용> 도저히 안 되겠어요?
◆ 이철희> 저도 하려고 해 봤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끝내 안 내켜서 이런 선택을 한 거고요. 떠나는 게 제일 쉽다는 말씀도 맞습니다마는 떠나는 게 꼭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비워준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거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 비워준 자리에 더 연부역강한 젊은 20~30대가 와서 다른 당에 의석 내주지 않고 승리하는 그런 당으로 만드는 게 목표가 되겠군요.
◆ 이철희> 그런 당이 돼야 됩니다. 더 강하고 더 큰 정당이 돼야 됩니다.
◇ 정관용>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었어요. 고맙습니다.
◆ 이철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