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신작 '윤희에게', 韓日 여성이 주인공 된 까닭

[현장] 영화 '윤희에게' 언론 시사회
임대형 감독 "한국-일본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 질서 확립돼, 큰 차이 있을까 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 많이 했고, 대답할 수 있는 영화 찍어"

영화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가 잊고 지낸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이날 시사회에는 임대형 감독과 배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이 참석했다. 윤희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고,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중년 여성, 모녀, 고모와 조카 등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성 서사를 펼쳐냈다.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 서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계속 질문하면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윤희에게'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낸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 멜로다. 이날 시사회에는 임대형 감독과 배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이 참석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임 감독은 "제가 생각할 때, 국경·인종·연령·성별에 따른 어떤 수많은 벽들을 사랑의 힘이 깰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영화를 계획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여성 서사를 그리는 데 남성 감독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대본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남성으로서 여성 서사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뭐랄까, 스스로 '이게 온당한 일인가?' 이런 고민도 했었다"면서도 "(여성이) 저와 다른 존재, 혹은 저와 멀리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이 대본을 쓰지 못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제 가족에 엄마와 동생이 있고, 그래서 제가 항상 대리 경험할 수 있는 존재들이 곁에 있어서 그런 시각으로 스스로 계속 의심하고 질문하면서 작업해 왔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윤희에게'는 한국과 일본에 사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그린 까닭에 관해 임 감독은 "한국 사회, 일본 사회는 물론 큰 차이가 있지만 남성 중심적인 사회 질서가 오랫동안 공고히 확립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소혜는 윤희의 딸 새봄, 성유빈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임 감독은 "가령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라는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이슈가 시대 정신으로 있는데, 동아시아의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윤희 역은 김희애, 윤희의 첫사랑 역은 나카무라 유코, 윤희의 딸 새봄은 김소혜,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는 성유빈이 각각 연기했다. 김희애는 "너무 궁금해서 한 장 한 장 읽다 보니까 소설책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일찍 캐스팅된 것 같은데 섭외 연락 주셨을 때 당연히 엄마 역할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그냥 참여하고 싶었다. 좋은 배역을 주셔서 영광스럽게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여성 간의 로맨스를 다룬 장르에 도전한 소감을 묻자, 김희애는 "굳이 그렇게 생각을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하나의 작은 소재라고 느꼈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냥 딸아이와 어떤 계기로 여행을 가는 로드 무비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김희애는 "저는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편인데, 한 여자가 잊고 있던 추억을 찾아서 딸과 함께 떠나는 잔잔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받아서 무공해 같은 그런 신선함이 있었다. 꼭 굳이 소재의 압박이나… 그런 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희애는 "저는 시나리오, 대본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가 재미있게 읽어야 하고 저를 이해시키는 작품이라면 배역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같이 참여하고 싶다. ('윤희에게'에 참여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제 나이에 메인으로 (역할을) 하는 건 쉽지 않지 않나. 그런 마음이 있다. 이런 작품은 너무 감사하게도 기회 주셔서 하게 됐다. 저희 같은 여성 캐릭터가 전면으로 나서도 된다는 데 보탬 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감성 멜로 '윤희에게'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윤희에게'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성유빈, 김희애, 김소혜, 임대형 감독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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