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날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8시35분(현지시간)부터 8시46분까지 약 11분간 아베 총리와 단독 환담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약 13개월만이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8초간 악수만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은데 이어, 3일 태국 첫 일정인 축하 만찬에서도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4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 회의장에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발견한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다가가 대화를 제안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환담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진 자리가 아니었다"며 "문 대통령이 먼저 정상들의 대기 장소에서 아세안 각국 정상과 얘기를 나눴고, 그 자리에 아베 총리가 들어오자 문 대통령이 잠시 앉아서 얘기하자고 권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양자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비록 짧은 11분간의 만남이었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7월)와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8월) 등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던 상황과 비교하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게 한일 외교가 안팎의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하면서 향후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12월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다시 만나는 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지난해 5월 9일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갖고 과거사를 포함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논의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저희가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는 없다"면서도 "시점이나 시기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일 관계가 풀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또 "그 과정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지혜를 모아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번 달 23일 지소미아가 최종 종료되면 향후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추가 만남 동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취소되면서 한일 정상이 국제 무대에서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한일 양국 정부 모두 이번 '깜짝 환담'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장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역시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를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일본 정부의 진전된 입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