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자정으로 다가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와 최근 북한의 이른바 '초대형 방사포' 발사 등 외교안보 현안이 여럿 겹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그에게 한일 외교분쟁의 중재를 요청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그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일본, 미얀마, 말레이시아, 태국을 거쳐 5일 저녁 우리나라에 입국할 예정이다.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같은 차원에서 한국을 찾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의 이번 방한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7월 방한했을 때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 등 여러 인사들을 두루 만났었다.
앞서 스틸웰 차관보는 일본 방문 중이던 지난달 26일 오후 주일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SOMIA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며 "한일 양국이 한층 폭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보면 좋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면서 GSOMIA가 종료돼도 지난 2014년 체결된 한미일정보공유약정(TISA)을 근거로 군사정보를 계속 공유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효하지 않다. (정보 공유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이번 방한에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GSOMIA 종료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으로 심화된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재할 입장이 아니다"며 "경제 문제가 안보 문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2일 윤순구 차관보가 ASEAN 관련 정상회의 계기로 태국을 방문한 스틸웰 차관보와 만나 한미동맹 현안 및 한일 관계를 포함한 지역과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 윤 차관보가 스틸웰 차관보에게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양측이 이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마침 스틸웰 차관보의 방일 직전인 4일 오전(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국 방콕에서 10여분간 만나 환담을 했기 때문에, 이어지는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얼어붙은 한일관계 재설정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중재 요청을 받아든 스틸웰 차관보가 6일 오전부터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며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연말 시한부'가 제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11월에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회의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들도 그의 방한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들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