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배급사 ㈜미디어캐슬과 공동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마케팅사 홀리가든과 포디엄은 4일 [안타까운 시대 속 영화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라는 제목의 긴 입장문을 배포했다. 요지는 '날씨의 아이'가 일본 감독이 만들고,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본 작품이기에 외면받았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날씨의 아이'는 개봉 첫날 716개 스크린을 확보해 2809회 상영했고 이날 하루 7만 1143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이틀째에는 663개 스크린에서 2736회, 사흘째에는 621개 스크린에서 2617회, 나흘째에는 571개 스크린에서 2292회, 닷새째에는 569개 스크린에서 2238회 상영했다.
'날씨의 아이'는 개봉 이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와 '82년생 김지영'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지켰다. 개봉 5일째 누적 관객수는 33만 7155명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이 개봉 첫날 13만 8028명의 관객이 들고, 개봉 5일째까지 누적 관객수가 118만 2465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너의 이름은'의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가장 많았을 때 각각 947개, 4101회를 기록한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날씨의 아이' 측은 "첫 주말 약 33만 7천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라며 "'날씨의 아이'는 경쟁작 대비 낮은 인지도로 준비부터 고초를 겪었고 이는 낮은 예매율과 저조한 첫 주 실적으로 이어졌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일반 관객과 접점이 있는 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타진하였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외면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의 예고편이나 그 소개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지상파 매체나 그에 준하는 광고구좌에 게재할 수 없고, 이 시국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감독이 이 작품에 녹인 메시지와 그의 세계관,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될 기회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에서 본 작품으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다. 이미 '날씨의 아이'는 일본을 포함, 전 세계에서 막대한 흥행력을 기록, 국내에서의 실패가 일본에 주는 피해도 없다"라며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그로 인해 영향받은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 저희와 같은 기록되지 않을 피해의 대상들이 쌓이면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일본 맥주 불매 때문에 '고통받는 보통의 사람들'을 거론하는가 하면, '날씨의 아이'가 보고 싶은데 친구들 눈치를 본다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영화를 시국하고만 연결하는 모든 댓글로 괴로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유사 작품에게는 편견을 거둬달라고까지 당부했다.
'날씨의 아이'는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비밀 이야기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등을 선보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개봉 당일인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 때 "날씨에 대해 영화를 만든 이유는 기후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이 그런 식으로 조금씩 미쳐가고 있다고 감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걸 모티프로 한 게 이번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의 흥행 때문에 부담을 느낀 건 별로 없었다. 제가 하는 일은 영화를 히트시키려는 일이 아니고 관객들이 재미있다고 봐주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히트시키는 것은 프로듀서와 배급사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영화가 히트하지 않으면 그분들 탓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저는 마음 편하게 만들었다"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이것이 영화다'라고 한국 관객들이 인정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한국 코엑스에서 상영하고 상도 주셨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그 후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을 꼭 찾아왔고, 친구도 생겼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수많은 추억을 쌓았다. (한국 팬들은) 영화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곁에 있어 준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한국 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미디어캐슬 등 '날씨의 아이' 측이 4일 발표한 입장문 전문.
안타까운 시대 속 영화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
안녕하세요, 영화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의 개봉을 마친 영화사 미디어캐슬과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그리고 마케팅사 홀리가든, 포디엄입니다.
'날씨의 아이' 개봉 전,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고민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약속된 개봉을 완료하였습니다. 내한에 대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그 약속을 지키고, 일정까지 연장하며 자신의 마음을 직접 관객들에게 전했습니다.
첫 주말 약 33만 7천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경쟁작 대비 낮은 인지도로 준비부터 고초를 겪었고 이는 낮은 예매율과 저조한 첫 주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타개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일반 관객과 접점이 있는 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타진하였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외면받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의 예고편이나 그 소개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지상파 매체나 그에 준하는 광고구좌에 게재할 수 없고, 이 시국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이 이 작품에 녹인 메시지와 그의 세계관,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마치 철없는 어린 시절, 잘못도 없이 외모로 놀림 받고, 말투로 놀림 받아 나조차도 피하고 싶었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본 작품으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습니다. 이미 '날씨의 아이'는 일본을 포함, 전 세계에서 막대한 흥행력을 기록, 국내에서의 실패가 일본에 주는 피해도 없습니다. 그저 수십억 비용을 투자한 국내의 영화사만이 지금의 상황을 손실로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희의 마음에 철없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그로 인해 영향받은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 저희와 같은 기록되지 않을 피해의 대상들이 쌓이면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말입니다.
지금 많은 일본 콘텐츠에 투자한 영화사들은 대기 중인 그들 작품 앞에 심약한 마음만 되새김질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좋아하는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입니다. 저희만 생각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내 극우, 전범과 관련된 기업들을 제외하고, 지금의 안타까운 시대 속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는 사회의 구성원들 중 보통의 가치관을 가진, 보통의 시민들도 다수입니다. 당연한 감정으로 맥주 불매에 동참하면서도 그 재고는 감당하지 못해 쓴 현실을 남은 맥주로 해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개인들입니다. 개별 단위의 실패를 핑계 삼아 불매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힘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이면에 고통받는 보통의 사람들도 잠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속에 저희의 모습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럴수록 저희는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냉정한 외면이 억울했지만 그 분위기에도 반하지 않고자,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조심했고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시사회들로 관객과 소통했습니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도 단 하루 상영만 가능했던 특별관 상영도 오로지 작품의 관람 환경을 위해 진행했습니다. 전작이 성공했다고 이번 작품도 성공해야 한다는 억지스러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욱 작품의 본질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알리고자 하는 그 마음 외 다른 모든 기회는 철저히 저희를 외면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에는 이제 편견을 거둬주십시오. 우리나라는, 문화를 통제하려는 권력에 상처 입었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뜨거운 곳입니다. 문화를 100% 문화로 볼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 반대가 100% 편견으로 배척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작품과 인정받는 감독이 언제가 다른 국가의 환경으로 인해, 그것의 언어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배척받는다면 저희는 그것을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요? 모든 것의 이면에 있는 보통의 현실에 대한 고뇌들도 보살펴지기를 다시 희망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입장문 역시 비난을 받고 또 실패의 변명찾기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피하는 비겁함보다, 최소한 공정함을 저희가 살아가는 이 분야에서도 외쳐야 한다는, 저희의 실패가 같은 일을 하는 모두의 실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용기가 더 앞섰습니다.
상영관은 모두 사라지고 사운을 걸고 준비한 비용은 실패하고 이 글도 잊혀지겠지만, 2019년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감독 중 한 명의 작품을 알렸다는 자부심은 오래 지나도 지켜질 것입니다. 그 자부심에 일본과 일본어가 연관되었다는 것에 속절없음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저희가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의 위안은 스스로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본 입장문을 전해주시는 기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