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방콕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일 정상들의 만남이 오랜만에 이뤄졌다. 대화를 통해 한일관계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날 태국의 쁘라윳 총리가 주최한 축하 만찬에 참석해 지난 짧게 악수를 했지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8시35분부터 8시46분까지 약 11분간 환담장에서 대화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환담 한 것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약 13개월만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환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위급 협의가 한일 정상회담까지 염두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위급 협의라는 것이 미리 정해졌거나 협의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양국간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로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또 "고위급 협의라는 것이 어느정도 급에서 가능할지, 장관급인지 그 윗단계인지 어느 것 하나도 확정적으로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자는 아베 총리의 언급을 일본측의 입장 진전으로 봐도 되나'라는 질문에 고 대변인은 "일본측 입장에 대해서는 해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환담 직후 일본 총리실은 "일본측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전달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인 만큼 이날 한일 정상 '깜짝 만남'에서 징용공 판결 불수용 등 아베 총리의 별도 요청이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고 대변인은 "더이상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한일 정상간 환담은 문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를 앞두고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정상들과 환담을 나누는 중에 아베 총리가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청와대는 사전에 의제 등이 조율되지 않고 한일 정상이 만났기에 이날 만남을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회담)' 회담이 아닌 '환담'으로 표현했다.
사전 준비가 없었기에 한일 정상 모두 일본어와 한국어 통역을 대동하지 않았고 대신 영어 통역이 중간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통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