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 이춘재가 4건의 추가 범행과 30여 건의 강간 범죄 등 여죄를 자백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모방범죄로 결론 난 화성 8차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인근에 살던 22세 농기계수리공 윤모 씨였다. 하지만 이춘재 자백 이후 취재진 앞에 나선 윤 씨는 30년 전 사건 당시 자신이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 얘기는 달랐다. 윤 씨 자백이 강압이나 고문에 의한 것이 아니며 1심 재판에서도 스스로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담당형사가 고문을 했어, 뭘 했어. 찐따란 말이야. 고문할 가치도 없어요." - 당시 사건 담당 형사
"억울하면 1심 재판할 때부터 억울하다고 했어야지. 자백을 했으니까." - 당시 윤 씨 국선 변호사
진술이 엇갈리는 와중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30년 전 윤 씨 진술조서를 단독 입수했다.
제작진은 "진술조서 속 자백 내용은 윤 씨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며 "8차 사건이 벌어졌던 그날의 상황으로 돌아가 이춘재 자백과 윤 씨 자백을 비교분석한다"고 설명했다.
DNA 분석법이 없던 30년 전 당시 가장 획기적인 과학수사기법은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이었다.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윤 씨가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역시 중성자 이분석 감정에 의해서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과수 감정서에 적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윤 씨 체모가 동일인이 아닐 확률은 3600만분의 1이다. 이 감정 결과는 법정에서도 신뢰성을 인정받아 증거로 채택됐다.
"개인 식별 관계는 방사화 분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일이고요." - 당시 국과수 담당자
"이것은 분석하는 사람이 보면 웃을 일이죠. 세상 분석을 그렇게 하나 이러면서." - 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 박사
지난 1992년부터 입수해둔 화성연쇄살인사건 관련 모든 자료를 재확인하던 제작진은 당시 국과수 감정서 원본을 찾아냈다. 그로부터 30년 뒤 과학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당시 국과수 감정서의 진실이 드러난다.
제작진은 "최근 한 법의학전문가와 함께 화성 8차 사건 관련 미공개 자료 원본을 확인한 결과, 다른 연쇄살인사건에 나타난 이춘재의 시그니처가 8차 사건에도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며 "더불어 최근 이춘재 자백에서 8차 사건 속 시그니처와 관련해 진범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의 폭로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