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헌정회 기념식 가보니…'팔순 잔치'

혈세 예산 중 일부, 80세 회원 생일 기념식 열어
논란 일 듯…국회 사무처, 최근 회계직원 파견
유경현 헌정회장 '묵묵부답'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현역 의원은 특별회원)가 31일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열었으나, 회원들의 팔순 축하식을 함께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헌정회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올해에도 66억원 가량 편성됐다. 결국 혈세로 원로회원들의 생일을 기념한 셈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노컷브이 영상 캡처)
CBS노컷뉴스는 이날 헌정회 제51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을 찾았다. 해당 호텔 연회장에선 오전 11시부터 행사가 열렸다. 노년의 전직 의원 수십 명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국회의 깃발과 태극기가 좌우에 각각 위치한 연단 중앙에는 '헌정회 창립 51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팔순회원 축하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하지만 이는 헌정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지된 행사 공식 초청문과는 다른 것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모시는 말씀'에는 "창립 제 51주년 기념행사를 갖고자 한다"고 적시돼 있다. 회원들의 생일과 관련된 언급은 없는 셈이다.

유경현(80) 헌정회장의 인사말도 '팔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 회장은 "오늘 1939년 기묘년에 태어나서 비바람을 헤치고 여기까지 굳건하게 슬기롭게 오신 한 분 한 분들의 지금까지 삶에 대해서 머리 숙여 감사와 존경과 축하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특히 우리 헌정회가 출범한 지 51주년 되는 해"라고도 했다. 헌정회는 1968년 7월 17일 '국회의원 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최초 출범했다.

참석한 외빈들도 헌정회의 출범과 팔순을 함께 축하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유 회장님이 팔순이시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좀 전에 팔순 회원님들 호명이 되셨는데 아직도 정말 현장에서 저희에게 지혜와 경험을 주셔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옛날로 말하면 장수하신 분 축하하는 모임"이라며 "요즘 팔순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 그런 기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 회장은 창립 기념식과 생일 축하식을 함께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예산으로 팔순 잔치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옆에 있던 관계자가 기자에게 "말씀을 안 하신다는데 굳이 취재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헌정회 등 국회의원들이 연관돼 있는 보조금 기구들의 예산 문제는 매년 심의 때마다 문제가 됐던 사안이다.

헌정회의 올해 예산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66억6천4백만원에 대해 국회의장 직속 국회 혁신자문위가 5억9천5백만원을 삭감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는 한 푼도 수용하지 않고 원안대로 처리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당시 예산심사 중 운영위에 출석해 "과연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이 그 보조금을 갖고 어떻게 그동안 썼는지 다 까발려졌을 때를 한 번 잘 생각을 해보라"며 "국회 스스로 자정노력을 보이는 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따진 바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최근 회계 담당 직원을 헌정회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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