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회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올해에도 66억원 가량 편성됐다. 결국 혈세로 원로회원들의 생일을 기념한 셈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의 깃발과 태극기가 좌우에 각각 위치한 연단 중앙에는 '헌정회 창립 51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팔순회원 축하식'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유경현(80) 헌정회장의 인사말도 '팔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유 회장은 "오늘 1939년 기묘년에 태어나서 비바람을 헤치고 여기까지 굳건하게 슬기롭게 오신 한 분 한 분들의 지금까지 삶에 대해서 머리 숙여 감사와 존경과 축하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특히 우리 헌정회가 출범한 지 51주년 되는 해"라고도 했다. 헌정회는 1968년 7월 17일 '국회의원 동우회'라는 이름으로 최초 출범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옛날로 말하면 장수하신 분 축하하는 모임"이라며 "요즘 팔순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한다는 그런 기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 회장은 창립 기념식과 생일 축하식을 함께 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예산으로 팔순 잔치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옆에 있던 관계자가 기자에게 "말씀을 안 하신다는데 굳이 취재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헌정회의 올해 예산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66억6천4백만원에 대해 국회의장 직속 국회 혁신자문위가 5억9천5백만원을 삭감하라고 권고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는 한 푼도 수용하지 않고 원안대로 처리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당시 예산심사 중 운영위에 출석해 "과연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이 그 보조금을 갖고 어떻게 그동안 썼는지 다 까발려졌을 때를 한 번 잘 생각을 해보라"며 "국회 스스로 자정노력을 보이는 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따진 바 있다.
국회 사무처는 이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최근 회계 담당 직원을 헌정회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