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변호사 일하다 보면 눈으로는 분명해 보이는데, 확실해 보이는데 법적 판결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죠?
◆ 손수호> 없지는 않죠. 그런데 변호사라는 게 대부분의 경우에 한쪽 편에 서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을 거 같고요. 또 특히 형사 사건에서 정황상 유죄 같은데. 이게 판사가 유죄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들도 있죠.
◇ 김현정>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럴 때 정말 분통 터질 텐데 오늘 사건도 그런 얘기라면서요?
◆ 손수호> 부산 괘법동 다방 종업원 살인 사건입니다. 이번 달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어요. 5번의 재판을 거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건데.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진범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피고인을.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정말 어렵게 잡았고 또 진범으로 볼 만한 정황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 김현정> 많았어요.
◆ 손수호> 그런데도 풀려놨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이게 뭐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다루고, 추적 프로그램 이런 데서. 그래서 많이 아실 거예요. 부산 괘법동 다방 종업원 살인 사건. 어떤 얘기죠?
◆ 손수호> 오늘 방송 듣고 청취자분들께서도 판단을 좀 해 주십시오.
◇ 김현정> 그러시죠.
◆ 손수호> 2002년 5월이었습니다. 부산의 한 다방에서 일하던 22살 A양. 밤 10시쯤 퇴근한 다음에 실종됐고요. 실종 9일째 되는 날 언니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 김현정> 실종 신고가 좀 늦었어요.
◆ 권영철> 다방 종업원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이 피해자 A양은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저축할 정도로 검소했고 또 주변에 딱히 갈등 있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언니도 범죄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기다렸던 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종 신고 바로 다음 날 낙동강 하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 김현정> 사망한 채 발견이 된 겁니다.
◆ 손수호> 행인이 파도에 떠밀려온 포대 자루를 발견을 했고요. 거기에 담겨 있던 시신이 안타깝게도 A양이었습니다. 옷을 입은 상태였고요. 성범죄 흔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시신 상태는 매우 참혹했는데 무려 40군데 자창. 그러니까 찔린 상처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이게 살인 사건치고도 너무 잔인했기 때문에 아마 기억들을 하실 텐데. 착하고 성실하고 원한 살 사람도 아니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된 건가, 이거잖아요.
◆ 손수호> 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실종 바로 다음 날 누군가 이 A양 명의 예금 계좌에서 296만 원을 인출합니다. 그 장면이 은행 CCTV에 포착됐거든요. 경찰은 CCTV에 찍힌 그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 용의자가 숨진 A양으로부터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 고문하듯이 40회나 찌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김현정> 고문하듯이 A양이 그 어렵게 모은 돈을 노린 범행을 저지른 거예요.
◆ 손수호> 사실 처음부터 돈을 노린 범죄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 A양이 항상 그 통장을 가지고 다녔거든요. 따라서 다른 목적으로 납치했다가 그 통장을 발견했고.
◇ 김현정>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손수호> 비밀번호 알아내기 위해서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랬겠네요. CCTV까지 확보했으니까 수사가 빠르게 진행이 됐겠네요.
◆ 손수호> 20대 중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모자에 얼굴이 반쯤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누구인지 확인하지는 못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놀랍게도 2명의 용의자가 추가로 포착됩니다.
◇ 김현정> 용의자 2명이 더 있었어요?
◆ 손수호> 이 두 사람이 함께 은행에 와서 숨진 A양 명의의 적금을 해지하고 돈을 받아갔는데 이 장면 역시 CCTV에 찍혔고요. 600만 원 인출했거든요. 30대 초반 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 이때는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아서 얼굴이 상당히 뚜렷하게 포착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CCTV에 찍힌 용의자가 3명이나 되는 거잖아요.
◆ 손수호> 경찰은 곧바로 이들을 공개 수배했고요. 신고 포상금도 내걸었고 또 TV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 다루면서 얼굴도 공개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 손수호>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을 하고 주변 인물 수십 명 조사했지만 성과가 없었어요. 그런 상황. 범인을 잡지 못한 채 15년이 흘렀습니다.
◇ 김현정> 15년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소 시효 완성되는 거 아닙니까?
◆ 손수호> 사건 발생 사건 15년 후인 2017년 5월에 공소 시효 완료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전에 이른바 태완이법이 만들어지면서.
◇ 김현정> 이건 해당이 됐군요.
◆ 손수호> 2001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살인 사건에는 공소 시효가 적용되지 않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은 2002년에 발생됐기 때문에 결국 태완이법이 적용돼서 범인 처벌이 가능했고요.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사를 계속했어요. 특히 SNS 등을 통해서 이 사건을 계속해서 알리고 또한 시민들의 제보를 독려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다가 용의자를. 세상에, 이게 얼마만에 잡은 거죠? 15년?
◆ 손수호> 14년.
◇ 김현정> 14년 만이죠.
◆ 손수호> 전단지를 본 시민이 제보했어요. 그래서 사건 발생한 지 14년이 지난 2016년 여성 용의자 2명을 먼저 잡았습니다. 이 여성 용의자 2명은 사건 당시 부산의 한 주점에서 일을 하던 종업원이었는데.
◇ 김현정> 주점 종업원들.
◆ 손수호> 그 주점에 자주 오던 남성 양 모 씨가 은행에서 돈 찾아오면 수고비 주겠다고 해서 나는 현금 인출만 해 줬을 뿐이다.
◇ 김현정> 나는 인출책이었다, 고용된.
◆ 손수호> 심지어 이 여성들은 용의자 양 씨에 대해서 더 이상 아는 게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 김현정> 그러면 돈 찾아오라고 시킨 남성 양 씨는 못 잡은 거예요?
◆ 손수호> 단서를 잡았으니까 경찰이 더욱 더 집요하게 수사했는데요. 2002년 사건 발생 시점에 그 은행 주변 기지국을 제외한 휴대전화 통화 기록 1만 5000건을 전부 조사했습니다. 이 두 여성이 통화한 기록을 찾아냈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양 씨의 신원을 파악했습니다. 결국 사건 발생 15년 만에인 2015년 체포하죠.
◇ 김현정> 그때는 못 잡았지만 1년 뒤에 잡았네요. 잡고 보니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 손수호> 실제로 사건 당시 부산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이 됐고요. 그런데 이 사건 발생 두 달 후에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나오고요. 또 그다음 해 1년 후에는 부녀자 강간으로 또 징역 7년 6개월형을 받았어요. 결국 앞에 받았던 집행유예가 실효되면서 합산 10년 복역하고 2014년에 출소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공개 수배를 그렇게 했는데도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던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검거 당시 영상을 공개했어요. 그런데 양 씨가 체포되면서도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했는데, 또 한편 용서를 빌겠다. 나는 지금 종교에 귀의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양 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했지만 경찰은 여러 가지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 김현정> 일단 CCTV 있었잖아요. 그리고 여성들의 증언이 있고.
◆ 손수호> 거기에 더해서 양 씨가 직접 돈을 찾기도 했으니까 그 돈을 인출할 때 사용했던 전표에 남은 필적.
◇ 김현정> 그렇겠네.
◆ 손수호> 그리고 또 지금 현재 필적. 이걸 대조한 결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과수 판정도 받았어요. 또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과도 나왔고요. 무엇보다 범인 식별 절차라는 게 있는데요. 여러 사람을 쭉 세워놓고 당신이 본 사람 누구입니까? 당신에게 이 범행을 시킨 사람이 누구입니까? 고르게 하는 절차가 있는데, 먼저 체포된 여성 2명 중 1명이 5명의 사람 중에 양 씨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5년 만에 붙잡혔지만 정황 증거들이 꽤 많았다는 얘기잖아요.
◆ 손수호> 정황 증거가 이제 시작이에요. 더 많아요. 이 사건 무렵에 양 씨가 몰고 다니던 차량이 있는데요. 이 차량을 양 씨가 말도 안 되는 헐값에 팔아버립니다. 그리고 경찰이 어렵게 그 당시 이 차를 산 사람을 찾아냈어요. 얘기를 들어봤더니 당시에 차 산 후에 뒷좌석 커버를 벗겼더니 의자에 혈흔 같은 붉은 얼룩이 묻어 있어서 기분이 매우 나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양 씨 체포 불과 몇 달 전에 그 차가 폐차됐습니다. 그래서 이 혈흔이 피해자의 혈흔인지 확인하지 못했고요.
◇ 김현정> 증언만 남았군요.
◆ 손수호> 또 사건 발생 14년이 지난 2016년 무렵에 양 씨 휴대전화. 양 씨가 휴대전화에서 이런 걸 검색해요.
◇ 김현정> 뭐요?
◆ 손수호> 살인죄 공소 시효. 살인죄 공소 시효 폐지. 그리고 또 이게 끝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어요. 바로 동거녀의 진술, 증언인데요.
◇ 김현정> 동거녀가 있었어요. 양 씨 동거녀.
◆ 손수호> 사건 당시와 양 씨와 동거했던 여성입니다. 경찰이 찾아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말했어요. 2002년 5월쯤에 양 씨와 함께 둥글고 물컹한 느낌이 있는 물체가 담긴 마대 자루를 옮겼다. 이 자루 아래로 검은색 비닐봉지가 보였는데 무서워서 어떤 물건인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여성이 묘사한 이 자루의 모양이 실제로 숨진 A양의 시신이 담겨 있던 자루와 일치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십몇 년이 지난 걸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면 그 당시에 예사롭지 않았던 포대 자루였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누가 봐도. 이 정도면 너무 충분한 증거들 아닙니까?
◆ 손수호> 더 있는데요. 양 씨가 형사들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을 실토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자백을 했다고요?
◆ 손수호> 공식적인 자백은 아니지만 잊으려고 했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조여왔다. 다방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있다가 A양이 퇴근할 때 같이 나갔고 드라이브 한번 하려고 나는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말한 거다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피곤했던 A양이 잠들자 마치 귀신에 씌인 거처럼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거고요. 이거 흉기로 찔렀는데 피가 나오는 걸 보면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라고 생각해서 결국 살해했다라는 거예요.
◇ 김현정> 한 번 찔렀는데 피가 나오자 그냥 살해해버렸다.
◆ 손수호> 스스로도 내가 반 미쳐 있었다. 이런 말을 했다는 건데. 실제로 A양이 했던 이야기까지, 소리까지 구체적으로 재현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물론 경찰서에서 한 얘기는 아니지만 사석에서 형사들한테 이렇게 말까지 했으면 이래저래 이 사람 범인 확실한 거 아닙니까?
◆ 손수호> 일단 그 이야기가 공식적인 진술은 아니기 때문에 조서로 남지는 않았어요.
◇ 김현정> 그래도 이 정도면 확실해 보이는데 재판이 어떻게 진행된 거예요?
◆ 손수호> 양 씨는 부인했습니다. 즉 통장과 도장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우연히 주운 거다. 그래서 내가 비밀번호를 조합해서 돈을 찾은 거다. 살해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습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9명 중에 7명이 유죄 의견이었고요. 결국 무기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 김현정> 1심은.
◆ 손수호> 2심도 1심 판결이 옳다고 봐서 양 씨의 항소심을 기각했어요.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직접 증거는 없지만 간접 증거가 다양하다. 충분히 유죄 증명된다라고 봤고 조금 전에 말씀드린 다양한 간접 증거들에 더해서 아니, 어떻게 양 씨가 그냥 주운 거라면 통장 비밀번호를 어떻게 만들어냈느냐. 또 적금에 가입했던 사실은 어떻게 알고 해지했느냐. 또 양 씨의 경제적인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유사 범행 이력도 있고 또 양 씨 집과 피해자 직장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 마주쳤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봤어요. 그런데 대법원은 따른 판단을 합니다.
◇ 김현정> 대법원에서 뒤집혔군요.
◆ 손수호> 이 사건처럼 중대한 범죄에서는 유죄 인정에 매우 신중해야 하고 그 과정에 한치에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되는데 원심 판결. 즉 유죄 판결을 선고한 2심 판단에 의문이 있다면서 파기하고 돌려보냅니다.
◇ 김현정> 어떤 부분에 의혹이 있다는 겁니까?
◆ 손수호>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하려면 진범으로 확신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되는데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시신 같이 옮겼다. 이런 증언 같은 거는요?
◆ 손수호> 물론 그 증거가 있는데요. 이 동거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즉 공범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혹시 진술을 변경했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라는 거예요. 또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했지만 살인죄를 범할 정도로 어려웠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또 양씨가 계속해서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즉 양 씨가 지목한 이 모 씨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모 씨가 초기 조사 때부터 허위 진술을 했다. 그렇다면 이 모 씨의 범행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냐. 더 조사해라라고 한 것이고요. 또 양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진범이라는 그런 내용의 편지가 대법원에 와 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양 씨가 자백을 또 사석에서 한 적이 있다면서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뭐 법원의 판결은 존중해야 되지만 쭉 그냥 들은 얘기로는 굉장히 유력한 범인 같은데 이렇게 풀어주고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도록 둬도 되는 건가라는. 그냥 아주 평범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손수호> 그렇죠. 앞서 말씀드린 그런 대법원 판결 후에 올해 7월에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고요. 또 이번달에 올 10월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어요.
◇ 김현정> 끝이에요, 이제?
◆ 손수호> 끝이죠. 이제는 끝입니다. 한 사람을 살인자로도 판단할 수 있고 또 무죄 판단 내릴 수 있고 사법부가 정말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참 듣고 보니까 앞으로도 이런 판결은 뭐 더 나올 수도 있겠다 싶네요.
◆ 손수호> 물론 양 씨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어요.
◇ 김현정> 물론 있죠.
◆ 손수호>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만약 진범이라면. 만약 진범이라면 이번 판결은 대단히 아쉬운 것이고요. 또 오늘 놀라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양 씨가 체포 당시에 경찰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했대요?
◆ 손수호> 자백할 테니까 형량이라도 좀 줄여달라.
◇ 김현정> 플리바게닝 같은 거.
◆ 손수호> 경찰이 거절했습니다. 우리 법상 플리바게닝은 공식적으로 없잖아요.
◇ 김현정> 없죠.
◆ 손수호> 그리고 또 당시 이런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도 살인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을 거예요.
◇ 김현정> 안 들어줘도 되겠다 생각했군요.
◆ 손수호>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 씨는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고 경찰이 끈질기게 수사를 해서 유력한 용의자를 잡았습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서 잡은 거거든요. 그런데 경찰과 검사 입장에서는 범인이라고 확신한 거고. 그런데 유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받고 말았어요. 범인을 붙잡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고 굉장히 열심히 해야 되는 일이지만, 또 실패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유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제출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거든요. 특히 살인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법원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도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야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이런 판단을 받아버리면 이제 DNA 등의 과학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열심히 수사해도 결국 무죄 판결 나오는 거 아니냐라는 잘못된 신호를 수사 기관에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 김현정> 부산 괘법동 다방 종업원 살인 사건. 결국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오늘 탐정에서 왜 이렇게 된 건지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