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인들 '워킹그룹이 문제야…'

금강산관광 철수 여파 개성공단에도 미칠라 노심초사
"한미워킹그룹에서 발목잡으면서 남북협력 위기" 주장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촉구' 공동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최근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라며 사실상 남북협력방식의 금강산 관광을 완전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 등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조건없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를 밝혔음에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은 '한미워킹그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가 개성공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개성공단의) 그만한 땅을 계속 놀려둘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할 때는 남북이 합의를 통해 했지만 문을 닫을 때는 남북간 합의 없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하지 않았느냐"며 "북쪽으로서는 우리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러다 보면 (개성공단도) 북측의 독자적인 활용방안이 표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은 북측이 개성공단도 독자적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관 등 남북경협 사업이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는 주요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합의됐지만 10월 한미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부터 각종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것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입증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사실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의 조건없는 재개"를 주장했을 때만 해도 두 사업이 조만간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대비해 공단 내 자산을 점검해보겠다며 방북신청을 냈지만 한미워킹그룹에서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 비핵화 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결국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은 지난 5월이 돼서야 승인이 떨어졌다.

남북간의 인도적 지원문제까지 워킹그룹이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우리 정부가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측에 제공하려 했지만 워킹그룹이 차량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북측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고, 이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결정적으로 깨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개성공단에 상주하면서 북측을 상대해온 김진향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은 '북한의 개성공단 독자 개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 내에는 남측의 자산이 1조 원이 넘는다"며 "북측이 이를 건드리게 되면 남북이 합의한 투자자산 보호 협정을 위반하게 돼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한 뒤 "북측이 개성공단을 당장 독자활용하기는 간단치 않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도 개성공단 문제가 풀리지 않는 원인으로는 '워킹그룹'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남북이 자체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우리 정부가) 워킹그룹으로 가져갔다"며 "남북 정상간의 합의 조차 워킹그룹에서 평가하면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현재 남북관계의 위기는 방법론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 인식의 위기"라며 "정부 인식이 잘못돼 정책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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